퇴직금 원금은 중과세 기준인 1500만원 한도서 제외
연금저축 있으면 합산 … 한도 초과 땐 수령액 과세
퇴직금 IRP 먼저 받고, 연금저축 나중에 받는 게 유리
퇴직금 IRP 원금은 ‘사적연금 1500만원’ 합산 대상이 아니어서 세금 감면을 받으며 인출할 수 있지만, 연금저축과 겹칠 경우 시차 분할 전략을 세워야 세금 부담을 피할 수 있습니다. 사진은 한 은퇴자가 차를 마시는 이미지. 123RF
올 초 대기업을 떠난 이수현(58·가명)씨는 세금을 30~40% 아낄 수 있다는 금융사 직원 말에 퇴직금 3억원을 개인형퇴직연금(IRP)에 넣었습니다. 매달 250만원(연 3000만원)씩 나눠 쓸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레 고민이 생겼습니다. “개인연금을 1년에 1500만원 넘게 받으면 세금이 크게 늘어난다”는 은퇴 선배의 말 때문이었습니다.
이씨에겐 퇴직금 IRP 외에도 직장 생활 중 연말정산 혜택을 받기 위해 15년간 부어둔 연금저축펀드(1억원)도 있었습니다. 퇴직금 IRP(연 3000만원)와 연금저축(연 1200만원)을 합쳐 매달 350만원(연 4200만원)을 생활비로 쓰려던 계획이었는데, 이대로라면 1500만원 한도를 훌쩍 넘겨 세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판입니다. 과연 은퇴자 이씨의 생활비 마련 계획에 빨간불이 켜진 걸까요.
스무 번째 ‘국세청이 알려주지 않는 세테크’는 은퇴자들이 가장 헷갈리는 퇴직금 IRP 세금과 연금 계좌 내 인출 순서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봤습니다.
“3000만원 찾아도 괜찮다”… 1500만원 기준의 진실
이씨가 먼저 알아야 할 부분은 ‘사적연금 연간 1500만원 한도’의 정확한 적용 대상입니다. 세법에서는 개인이 넣은 연금 계좌에서 받는 연금액이 연 1500만원을 넘으면, 3.3~5.5%의 저율과세 대신 수령액 전액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6.6~49.5%)하거나, 16.5%의 단일세율로 분리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외가 있습니다. 바로 ‘퇴직금 원금’(이연퇴직소득)입니다. 소득세법상 1500만원 기준선에 합산되는 돈은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받았던 본인 납입금’과 ‘계좌 안에서 굴려 불어난 운용수익’(이자·배당·투자수익)에 한합니다. 따라서 IRP 계좌에 퇴직금 원금만 들어 있는 이씨는 1년에 3000만원을 인출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퇴직금을 찾을 때 한 가지 지켜야 할 기준은 ‘연금 수령 한도’(120% 규정)입니다. 정부는 퇴직금이 단기간에 모두 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소 10년간 매년 찾을 수 있는 법정 인출 한도를 정해두었습니다. 계산식이 복잡하지만, ‘남은 잔액을 남은 연수로 균등하게 나눈 금액의 120%까지 찾을 수 있다’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예컨대 퇴직금 3억원을 첫해에 찾는다면, 10년으로 나눈 3000만원에 20%(600만원)를 더한 최대 3600만원까지는 세금 감면 혜택을 받고 꺼내 쓸 수 있습니다.
이씨가 계획한 연 3000만원은 이 한도 이내이므로 퇴직소득세 30% 감면 혜택을 온전히 받습니다. 만약 첫해에 목돈이 필요하다고 4000만원을 인출하면 한도를 초과한 400만원에 대해서는 감면 혜택이 없는 원래의 퇴직소득세가 부과됩니다.
연금저축 계좌에 적용되는 ‘합산의 룰’
세법상 ‘사적연금 연간 1500만원 한도’는 계좌별이 아니라 가입자 기준 ‘1인 합산’으로 따집니다. 퇴직금 3억원은 한도 계산에서 빠지지만, 연금저축에 들어 있는 1억원(공제받은 원금과 운용수익)은 인출할 때 1500만원 기준선에 고스란히 포함됩니다. 이씨처럼 당초 계획대로 연 1200만원을 받다가 비상금 등으로 500만원을 더 찾아 한 해 1500만원을 초과하면, 수령액 전액에 대해 3.3~5.5%의 저율과세 대신 16.5% 분리과세나 종합과세를 선택해야 합니다.
이때 다른 소득이 거의 없는 순수 은퇴자라면 무턱대고 16.5% 분리과세를 고르기보다 종합과세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반대로 상가 월세나 재취업 급여 등 다른 소득이 많은 은퇴자라면 16.5% 분리과세를 선택해 누진세율을 피하는 게 유리합니다.
마음대로 지정할 수 없는 연금 계좌 ‘인출 순서’
연금 계좌를 다룰 때 알아야 할 또 하나의 원칙은 ‘인출 순서’입니다. 가입자가 세금이 안 붙는 돈부터 먼저 빼달라고 임의로 지정할 수 없으며,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라 세금 부담이 적은 항목부터 차례대로 인출됩니다.
1순위는 ‘세액공제를 받지 않고 넣은 원금’입니다. 이미 세금을 낸 돈이므로 세금이 붙지 않습니다. 2순위는 퇴직금 원금입니다. 3순위는 매년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받았던 원금과 계좌 안에서 불어난 운용수익입니다. 3순위 재원이 인출될 때 3.3~5.5%의 저율과세가 매겨지며, 연 1500만원을 넘어서면 종합과세나 16.5% 분리과세 대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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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계좌 보유했다면 시차를 두고 찾아라’
퇴직금 IRP와 연금저축을 함께 가진 은퇴자라면 두 계좌를 동시에 찾기보다 시차를 두고 분리 인출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우선 은퇴 초기 생활비는 IRP 퇴직금 원금에서 충당하는 것이 좋습니다. 퇴직금 원금은 1500만원 한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연금저축은 수령 시점을 최대한 뒤로 늦춥니다. 연금저축 계좌 안에서 운용 중인 ETF나 펀드는 수익에 대해 당장 세금을 떼지 않는 ‘과세이연’ 상태입니다. 충분히 투자 복리 효과를 누리다가, IRP 퇴직금이 소진될 무렵 연금을 개시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급전이 필요할 땐 연금저축의 부분 인출을 활용합니다. IRP는 법정 사유(주택 구입 등)가 없으면 일부 금액만 찾을 수 없어 계좌 전체를 해지해야 합니다. 반면 연금저축은 부분 인출이 가능합니다. 특히 세액공제 한도를 초과해 넣어둔 ‘공제받지 않은 원금’이 있다면, 세금 없이 비상금으로 꺼내 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연금저축을 찾을 땐 ‘월 125만원(연 1500만원)’ 기준을 지키는 겁니다. 수령 기간을 10~15년 이상으로 길게 설정해 연 1500만원 이하로 나눠 받는 것이 좋습니다. 가입자 연령이 70대(세율 4.4%), 80대(3.3%)로 올라가면 적용되는 세율도 낮아집니다.
세줄 요약
- 퇴직금 IRP 원금은 1500만원 한도 제외
- 연금저축은 가입자 합산, 초과 시 과세 강화
- IRP 먼저, 연금저축은 뒤로 미루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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