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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들어선 대형마트로 인해 많은 전통시장들이 쇠락해 가고 있다. 현대인들의 생활 패턴과 큰 온도 차를 보이는 전통시장을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백 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서민들과 애환을 함께해 온 전통시장이 있다.
샘고을시장 전통장을 견학하러 온 정읍시내 어린이집 아이들이 튀밥 튀기는 모습이 신기한 듯 귀를 막고 재미난 표정을 하고 있다.
전북 정읍의 ‘샘고을시장’은 1914년에 문을 연 10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시장이다. 시장이 있던 자리에 샘이 많았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이곳은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규모의 전통시장이다. 백 년의 세월, 시장 점포들은 현대화되고 도로도 새로 깔렸지만 시끌벅적, 활기찬 시장 풍경은 예전 그대로다. 긴 역사를 이어온 만큼 시장 사람들의 삶과 애환이 진하게 녹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오래된 방앗간들이 모여 있는 골목이다.
소문난 곡창지대답게 스무 개 남짓 방앗간들이 모여 있는 곳. 어릴 적부터 방앗간 일을 배우기 시작한 대동방앗간의 안정삼씨는 50년 가까이 이 골목을 지키고 있다. 방앗간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는 추세지만, 이곳은 활기 넘치는 기계 소리와 함께 이웃 전주에서도 단골 아지매들이 무리지어 찾아온다.
새댁네 방앗간집에서 흘러 나오는 참기름 냄새가 참깨 볶는 향과 함께 온 시장에 고소하게 퍼져 나간다.
한국전통국악기 제작 및 연주전공 명인 서인석 전북 무형문화재 제12호 악기장 보유자가 시장 안 전승명가에서 장고를 만들고 있다.
나형식씨의 뻥튀기 가게 앞은 뻥~ 뻥~ 터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구경하는 아이들로 늘 북적인다. 그는 틈날 때마다 시를 쓴다. 콩을 튀기러 온 손님들의 모습에서도, 눈 쌓인 시장 골목길에서도 영감을 얻는다. 나씨는 “곡식을 튀길 때마다 시를 함께 튀기고 있다”며 시적(詩的)으로 말했다.
장터 속 2000원짜리 짜장면 집은 검소함이 몸에 밴 우리 서민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해 주는 장소이다.
전통장터 민속대장간은 대를 이어 40여년 동안 전통적인 농기구 제작을 하며 예전의 풍경을 간직한 채 시뻘건 쇠와 동고동락을 해 오고 있다.
간만에 시장 미장원에서 마음을 나눌 벗을 만난 아낙들이 파마하느라 머리에 보자기를 두른 채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는 13개의 방앗간이 모여 있다. 흩어져 있는 것까지 합치면 그 수가 스무 개에 달해 소문난 곡창지대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고 있다. 덕유산 골짜기마다 쑥이 넘쳐나는 4~5월이면 방앗간을 나선 쑥 냄새가 옆집 미장원과 솜털집, 대장간을 지나 국밥집을 돌아 샘고을시장 전체에 퍼진다.
시장의 터줏대감인 장금순 할머니는 3대째 같은 자리에서 순댓국집을 하고 있다. 수십 년 단골손님들의 애정은 한결같다. 순댓국으로 점심을 먹고 있던 김옥실씨는 “어릴 적 아버지 손잡고 와서 먹었던 그 맛과 지금의 맛이 변함이 없어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10여곳이 한 집 건너 한 집씩, 방앗간 수만큼 많은 미용실은 장 보러 온 아낙네들의 놀이터이자 사랑방이다. 참깨나 들깨, 떡쌀, 고추, 쑥 등을 방앗간에 맡겨 놓고 기름이 짜지고 떡이 쪄지는 동안 꼬불꼬불 멋내기 파마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이웃 사람들과 자식 자랑 등 수다 삼매에 빠진다.
옛날 정읍 샘고을시장은 부안, 고창, 장성, 순창, 함평 등 5개 군에서 기차로 모여든 손님들로 북적였다. 지금도 점포가 280여개나 되고 그 안에서 장사하는 상인의 수만 500명이 넘는다.
전통시장은 문화와 역사를 오롯이 간직한 지역경제의 실핏줄이다. 지역 주민은 물론 지친 도시인들의 삶까지 위로하는 다채로운 문화의 장과 쉼터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글 사진 정읍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2017-05-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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