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다큐] 빙수열전

[포토 다큐] 빙수열전

입력 2015-05-25 17:44
수정 2015-05-26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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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만족 여름 대표 디저트 빙수

푹푹 찌는 한여름이 오려면 아직 멀었건만, 한낮 햇볕이 여름 흉내를 내며 내리쬐자 빙수라는 놈이 재빠르게 디저트 시장에 얼굴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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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국제시장 팥빙수 골목의 한 상인이 옛날 방식 그대로 기계식 빙삭기를 이용해 얼음을 갈고 있다.
부산 국제시장 팥빙수 골목의 한 상인이 옛날 방식 그대로 기계식 빙삭기를 이용해 얼음을 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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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부산 국제시장 팥빙수 골목을 찾은 어린이 단골손님이 팥빙수를 먹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부산 국제시장 팥빙수 골목을 찾은 어린이 단골손님이 팥빙수를 먹고 있다.


바야흐로 ‘여름 대표 디저트’ 빙수 시대의 막이 올랐다.

크고 작은 베이커리와 카페에서는 찬 커피 음료 대신 빙수를 주력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각종 제철 과일은 물론 색다른 재료를 이용해 맛과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빙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빙수 열풍의 선두주자는 ‘설빙’이다. ‘코리안 디저트’를 표방하며 인절미를 응용한 빙수를 선보인 설빙은 2013년 4월 부산에서 1호점을 낸 뒤 현재 전국에 490여 매장의 문을 열었다. 이후 설빙을 표방한 다양한 빙수 디저트 가게가 우후죽순 생겨나기도 했다. 특급 호텔에서는 고가의 빙수를 선보인다. 국내 최고가 빙수는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의 ‘돔페리뇽 빙수’로 가격이 무려 8만원에 달한다. 생딸기 빙수에 솜사탕을 올리고 식용 장미잎과 금가루 등을 사용한다. 럭셔리 샴페인 ‘돔페리뇽 2004’ 한 잔을 부어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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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방미스리’ 냄비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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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고집’ 사쿠라 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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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 전통 팥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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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빙’ 인절미 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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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 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 돔페리뇽 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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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빙’ 프리미엄 망고 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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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브루니’ 어찌감이 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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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빙수들이 나날이 변모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도 여전히 1970년대 옛 모습 그대로인 곳이 있다. 부산 중구 남포동 국제시장에 있는 팥빙수 골목이 바로 그곳이다. 좁다란 골목에 7개의 리어카(노점)가 나란히 장사를 하고 있다. 수가 줄고 몇몇 주인이 바뀌기도 했지만 파란색 기계식 빙삭기를 돌려 직접 얼음을 갈아 만드는 방법만큼은 여전히 고수한다.

얼굴 크기만 한 사각 얼음을 빙삭기에 끼우고 손잡이를 돌려 간 얼음은 요즘 대세인 곱디고운 빙질에 비하면 거칠기 짝이 없지만 오히려 아삭아삭 씹는 즐거움과 함께 머리가 띵할 정도의 짜릿한 시원함을 선사한다. 재료도 옛날 그대로다. 집에서 손수 끓여 온 팥과 프루츠 통조림, 그리고 사과잼과 연유가 전부다. “섞지 말고 그냥 무라(먹어라).”

팥빙수 아지매 말처럼 아빠 숟가락으로 한입 크게 떠 먹으면 팥 본연의 맛과 단순하지만 달콤한 그 맛에 어릴 적 추억에 잠기게 된다. 시장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다. 맛있게 먹으라는 말보다 부족하면 말하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빙수 그릇이 반쯤 줄면 아지매는 “더 무라!”며 자연스럽게 얼음과 팥을 더해 준다. 단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연유를 더 많이 주고, 팥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프루츠를 빼며, 팥을 못 먹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따로 그릇에 프루츠 빙수만을 담아 주기도 하는 손님 맞춤형 레시피도 이곳의 특징이다.

통금 시간이 있던 70년대부터 장사를 시작해 이곳에서 청춘을 다 바쳤다는 정여화(72)씨. “그땐 빙수가 500원이었는데 지금은 3500원이 됐다 아이가. 주변 상가 점포도 다 바꼈데이. 토박이는 우리 리어카뿐인 기라.”

정씨는 소문 듣고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지만 단골손님들이 나이 들어 아들딸 데리고 와서 함께 먹을 때면 덩달아 행복하고 뿌듯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2015-05-2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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