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홀로 분리수거 하다 쓰러진 경비원… 과잉 노동이 부른 과로사

새벽 홀로 분리수거 하다 쓰러진 경비원… 과잉 노동이 부른 과로사

송수연 기자
송수연 기자
입력 2020-11-11 22:22
수정 2020-11-12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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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은 산재 야간노동자 148명(사고, 과로, 질병 등)의 사망 경위 등에 대한 정보를 모아 부고 기사로 이들의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의미와 위험성 등을 전한다. 기사에 담지 못한 야간노동자들의 부고는 서울신문 인터랙티브 사이트(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nightwork/)에서 더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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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홍익대 중앙도서관 내부의 경비원 휴게 장소. 계단 아래 있어 허리도 펼 수 없는 이 공간에는 지난해 4월 경비원 선모씨가 숨진 후 냉방 시설이 설치됐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제공
서울 홍익대 중앙도서관 내부의 경비원 휴게 장소. 계단 아래 있어 허리도 펼 수 없는 이 공간에는 지난해 4월 경비원 선모씨가 숨진 후 냉방 시설이 설치됐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제공
“동료들 힘들까 봐 궂은일에도 먼저 나서는 사람이었는데….”

서울 송파구의 A아파트 경비원 박모씨는 지난해 숨진 이모(당시 71세)씨를 떠올리며 울음을 삼켰다. 이씨는 지난해 1월 19일 0시 37분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급성심근경색. 그의 품에는 버려진 페트병이 안겨져 있었다.

●노동자 쥐어짜는 24시간 격일 근무제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서에 따르면 그는 사망 직전 일주일간 88시간을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A아파트는 7개 초소를 총 14명이 두 개 조로 나눠 오전 6시 출근해 다음날 오전 6시에 퇴근하고 하루 쉬는 ‘24시간 격일제’ 근무를 한다. 이씨가 일하던 2평 남짓한 초소 평상에서는 다리도 쭉 뻗을 수 없었다. 그의 근무환경은 최저임금 인상 후 인원 2명이 감원되면서 더 악화됐다. 새벽마다 이씨와 같은 외곽 초소 경비원들이 2~3시간씩 교대해 쪽잠마저 잘 수 없었다. 동료들은 “이씨의 비극이 우리에게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홍익대 경비 하청업체는 지난해 3월 2교대를 3교대 근무로 바꿨다. 하지만 경비인력은 그대로 유지한 ‘무늬만 3교대’였다. 한 달이 지난 4월 27일 20년간 홍익대 경비원으로 일한 선모(당시 56세)씨가 교내에서 숨졌다. 박진국 전국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홍익대분회장은 “그의 죽음 후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노동환경은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다.

●불규칙한 근무로 신체·정신적 긴장감 높아

지난해 3월 숨진 전기기사 김모(당시 37세)씨는 서울 강동구·송파구, 경기 하남시 일대의 지하 전력구 설비를 관리했다. 그는 사망 전날 오전 8시에 출근해 낮 12시까지 일한 후 자택에서 대기하다가 밤 9시에 다시 출근했다. 그는 사망 당일 오전 5시까지 야간 맨홀 작업을 한 후 쓰러졌다. 그의 손목에는 회사가 긴급 상황 호출을 이유로 자택 대기 중에도 착용하게 한 스마트밴드가 걸려 있었다. 산재판정서에는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위험한 맨홀 작업으로 김씨의 신체적·정신적 긴장도가 매우 높았다”고 기재됐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탐사기획부 : 안동환 부장, 박재홍·송수연·고혜지·이태권 기자
2020-11-1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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