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급박한 전황으로 전역식 못해
“충성! 6.25 참전용사 소령 전인식 등 26명은 2010년 6월 25일부로 전역을 명 받았습니다.”1951년 한국군 최초의 유격대로 창설돼 북한지역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백골병단’의 생존 용사들 가운데 26명이 59년 만에 충남 계룡대 연병장에서 거행된 전역식에서 전역 신고를 했다.
이들은 6.25전쟁 당시 임시계급을 부여받고 전투에 참전했으나 당시 급박한 전황과 부대 사정으로 인해 전역행사를 갖지 못했고,6.25전쟁 60주년을 맞은 이날 후배들이 정성스럽게 마련한 전역행사에 참석했다.
행사는 백골병단 전우회 및 가족과 계룡대에 근무하는 육군 장병 및 군무원 등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백골병단 26용사 전역신고,열병,전역사,조국수호 결의문,6.25의 노래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육군에서 새로 마련해 준 최신 군복을 60년만에 제대로 갖춰 입고 전투화 끈을 힘껏 움켜 당긴 26명의 용사들은 6.25전쟁의 가슴 아픈 상처를 잠시나마 잊은 채 마치 전장 터를 누비던 현역 군인시절로 되돌아간 듯이 당당한 모습으로 후배들 앞에 섰다.
박승록(82) 중사는 “59년 만에 다시 군복을 입었다.”라며 “생각지도 못한 전역식을 마련해준 육군에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미 세상을 떠난 전우들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라고 늦은 전역식에 대한 감회를 밝혔다.
백골병단은 1951년 1.4후퇴 당시 적의 정보수집을 위한 유격대의 필요성을 절감한 육군본부에 의해 647명으로 창설됐다.같은 해 6월까지 북한 강원도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했으며,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364명의 전우가 전사했다.
강원도 인제군 필례 마을에서 인민군 대남 유격대 총사령관이자 인민군 중앙당 5지대장인 길원팔 중장을 비롯한 참모장 강칠성 대좌 등 고급 간부 13명을 생포했다.
이들은 창설 두 달 만에 300여명의 적군을 생포했고,북한군 69여단의 전투상보 등 기밀문서 노획,적 초소 파괴,통신선 차단 등 적진후방 교란작전을 펼쳤다.
현재 50명이 생존해 있으며,거동이 불편한 전우를 제외한 26명이 전역식에 참석했다.
전역식에 참석한 이영진(83) 하사는 “작전상 남쪽으로 내려가는 도중 북한군에 포위돼 살아남은 것이 기적이었다.”라며 “오늘 이렇게 전역식도 하고..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보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백골병단 전우회 전인식(82) 회장은 전역사를 통해 “모두가 군복을 입고 전역식을 하는 것이 오래도록 갈망했던 소원이었다.”라며 “그 소원을 이뤄 감격스럽고 정성스럽게 준비해 준 육군에 감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주일 분량의 미숫가루만으로 60여일간 전투를 치르면서 상상조차 하지 못할 최악의 상황에서도 사지를 넘나들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나라가 없으면 자유도 없고 생존도 없다는 일념 때문이었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전역행사를 마친 백골병단 전우들은 육군 명예의 전당에 마련된 백골병단 전사자 60위의 위패 앞에서 먼저 떠난 동료들의 안식을 염원하는 묵념을 올렸다.
황의돈 육군참모총장은 전역식 메시지를 통해 “뒤늦은 전역증을 백골병단 전우들에게 드리게 되어 송구한 마음 금할 길 없다.”라며 “늦었지만 조국을 위해 온몸을 던지셨던 자랑스러운 선배님들께 최고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친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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