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11)웨어러블의 탄생

[김지연의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11)웨어러블의 탄생

입력 2015-11-12 17:59
수정 2015-11-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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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동내마다 주산학원이 여럿 있었다. 요즘으로 치면 수학학원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1980년대 컴퓨터와 전자계산기가 등장하면서부터 디지털 물결에 휩쓸려 사라진 유물이 되어버렸다. 그러던 주산이 집중력과 사고력을 높인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다시 부활하고 있다. 최근 아이들이 주산을 배우면 계산 능력뿐만 아니라 기억력과 집중력 등 뇌기능이 향상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주산은 2013년 중국에서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천하절경 황산으로 유명한 중국 안후이성에 가면 3000여 점의 주산 관련 자료가 보관된 주산박물관이 있다. IT 전문 매체인 기즈모도(Gizmodo)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스마트 반지(the world's oldest smart ring)’라고 소개한 청나라 때 은반지가 거기에 있다. 반지의 장식부분에 가로 1cm, 세로 0.5cm의 주판이 붙어 있다. 주판알의 지름은 1㎜가 채 되지 않지만 뾰족한 핀을 사용하면 실제 계산도 가능하다. 웨어러블(wearable· 착용형) 기기의 시조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그로부터 400여 년이 지난 지금 사물인터넷 기술로 무장한 웨어러블 제품들이 시계, 안경, 팔찌, 반지, 신발 등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주판반지 (출처: baidu)
주판반지 (출처: baidu) 주판반지 (출처: baidu)
 웨어러블 기기는 말 그대로 사람의 몸에 걸치는 전자제품이다. 격식을 갖추자면 ‘신체에 부착하여 컴퓨팅을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정의한다. 책상 위에 있던 컴퓨터가 스마트폰이 되어 손안으로 오더니 이제는 컴퓨터를 입는 시대가 되었다. 형태별로 보면 시계나 안경과 같은 ‘액세서리형’, 스마트양복과 같이 입을 수 있는 ‘의류 일체형’, 피부에 붙이는 ‘신체부착형’ 정도로 나눈다. 용도별로는 건강을 위한 피트니스와 헬스케어, 정보와 오락용인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그리고 군사산업용으로 구분한다. 나누다 보니 조금 복잡해졌는데 기억할 필요는 없다. 다음 회부터 몇 번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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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기기(출처: Forbes)
웨어러블 기기(출처: Forbes) 웨어러블 기기(출처: Forbes)

 웨어러블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잠시 더듬어 보자. 현대적 의미의 착용형 기기는 대략 50년 전부터 연구가 시작되었다. 1968년 하버드 대학의 서덜랜드(Ivan Sutherland) 교수는 삼성 기어VR과 같이 머리에 쓰는 형태의 디스플레이(HMD, Head Mounted Display)를 처음 만들었다. 3D 가상현실의 원조격인 이 장치는 사용자의 머리 위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사람들은 이 기계에 ‘다모클레스의 칼(Sword of Damokles)’이라는 서양 속담을 별명으로 붙여 주었다. 한 가닥 말총에 매여 있는 칼 아래 있는 것처럼 위험한 상태를 빗댄 말인데 연구원들이 꽤 불안했나 보다. 웨어러블 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티브 만(Steve Mann) 교수는 1981년 고등학교 시절 최초의 웨어러블 디지털 안경인 아이탭(EyeTap)을 세상에 선보였다. 배낭에 넣은 컴퓨터와 헬멧에 장착된 카메라로 녹화는 물론 실제 화면에 컴퓨터 영상을 겹쳐서 보여주는 오늘날의 증강 현실(augment reality) 기능도 구현했다. 1999년 업그레이드 된 아이탭은 지금의 구글 글라스와 흡사하게 생겼다.

초기 HMD (출처: www.britannica.com)
초기 HMD (출처: www.britannica.com) 초기 HMD (출처: www.britannica.com)
 이후 발전을 거듭하여 상용수준에 가까운 최초의 웨어러블 컴퓨터는 2002년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출품한 자이버넛(Xybernaut)사의 포마(Poma)를 꼽는다. 안경 모양의 디스플레이를 쓰고 컴퓨터는 허리에 차고 팔뚝에 키보드를 붙인 엉성한 모양이었다. 가격은 1500달러였는데 상용화에는 실패하고 혹평을 받았다. 지금의 제품들과 비교하면 조잡하지만 그런 선구자들의 도전 덕분에 웨어러블이 스마트폰을 이어 갈 차세대 기대주가 된 것은 아닐까?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무엇(what)을 어떻게(how)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사업의 타이밍(when)이 성패를 가른다는 교훈을 남긴 “필요한 실패(necessary failure)”였다. 그동안 이렇게 빛을 보지 못하던 웨어러블이 최근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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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버넛의 포마(출처: google)
자이버넛의 포마(출처: google) 자이버넛의 포마(출처: google)
 그전에 먼저 웨어러블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알아보자. 스티브 만 교수는 3가지가 갖추어져야 한다고 한다. 첫째는 다른 일을 하면서도 사용할 수 있는 ‘작동의 자유성’, 둘째는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증대시키는 ‘신체의 확장성’이다. 세 번째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자율적 인지성’을 꼽았다. 사물인터넷 시대에 비로소 이런 조건들이 갖추어지게 되었다.
 ‘작동의 자유성’을 가지려면 앞에서 본 우스꽝스러운 기계들을 작게 만드는 소형화 기술이 필요하다. 요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는 콩알만 하고 사물인터넷용 하드웨어인 인텔의 큐리(Curie)는 손톱 크기 정도로 작아졌다. 그리고 대륙의 실수로 불리는 샤오미의 보조배터리는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에 휴대전화를 6번 충전할 수 있는 2만mAh의 용량을 담았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각종 센서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다. 그리고 선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와이파이, 블루투스, LTE와 같은 무선통신이 필요하다. 이제 이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신체의 확장성’은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두뇌의 기능을 보조한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입는 형태의 슈트를 외골격(外骨格, Exoskeleton)이라고 한다. 이미 군사용이나 의료용을 넘어 산업현장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사람의 근력을 10배로 키워주는 것도 있고 걷기가 불편한 노약자의 걸음걸이를 도와주는 보행보조 제품도 나왔다. 또한 인공지능의 발달로 기억이나 학습, 인지와 같은 두뇌의 역할을 보조하는 기술도 놀라운 수준에 이르렀다. 예를 들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것도 기억의 기능을 보조한다고 볼 수 있다.
 끝으로 ‘자율적 인지성’은 환경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센서와 이들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빅데이터(Big Data) 기술의 발전으로 큰 문제가 없다. 이번에는 딱딱하고 어려운 용어들이 많이 나왔는데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필자와 IT 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될 것들이다.

웨어러블 시장 전망(출처 IDC)
웨어러블 시장 전망(출처 IDC) 웨어러블 시장 전망(출처 IDC)

 스마트폰 시대가 저물면서 사물인터넷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물인터넷이 쓰이는 곳은 스마트홈, 헬스케어, 자동차, 산업 분야 등 다양하지만 스마트워치와 밴드를 필두로 하는 웨어러블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IDC에 따르면 2015년에 7200만대가 출하되어 전년 대비 173% 성장이 예상된다. 향후 5년간 연평균 42%로 커져 2019년에는 1억5000만대 규모의 시장이 된다고 한다. 의심의 눈으로 보던 웨어러블에 대한 인식도 많이 나아졌다.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대안 중 하나로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R&D경영연구소 소장 jyk9088@gmail.com
 
 약력▪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임원(전) ▪ 삼성중국연구소 소장(전) ▪ 한국과학기술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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