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100세를 위하여] (1부) 활기찬 노년을 꿈꾸다 ③은퇴의 꿈과 현실

[행복한 100세를 위하여] (1부) 활기찬 노년을 꿈꾸다 ③은퇴의 꿈과 현실

입력 2013-05-20 00:00
수정 2013-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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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전후 50~60대 절반이 “허탈” “위축” 은퇴에 부정적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실버 영화관 허리우드클래식에서 노인 관객들이 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이 영화관은 만 55세 이상이면 2000원에 입장할 수 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실버 영화관 허리우드클래식에서 노인 관객들이 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이 영화관은 만 55세 이상이면 2000원에 입장할 수 있다.
퇴직했거나 퇴직을 앞둔 50~60대의 절반은 은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수입과 사회적 관계망이 끊기는 것 때문에 ‘홀가분하다’ 또는 ‘기대된다’는 느낌보다 ‘허탈하다’, ‘위축된다’는 등의 생각을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명 중 3명은 은퇴로 인한 긍정적인 측면을 전혀 발견하지 못한다.

서울신문이 리서치패널코리아가 운영하는 패널나우(www.panalnow.co.kr)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49.8%가 은퇴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은퇴란 단어를 접했을 때 연상되는 표현을 두 가지 고르도록 한 조사 결과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26일 50대 이상 21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응답자들은 ‘홀가분하다-기대된다-시원하다-만족스럽다-벅차다-흐뭇하다’ 등 긍정적 단어보다 ‘섭섭하다-위축된다-울컥한다-화가 난다-허탈하다-억울하다’ 등 부정적 단어를 선호했다. 긍정적 단어만 2개 고른 경우는 14.4%, 부정적 단어만 2개 고른 경우는 49.8%였다. ‘시원섭섭하다’는 식으로 긍정적 단어와 부정적 단어를 함께 고른 사람은 33.0%였다.

긍정적 단어와 부정적 단어를 함께 선택한 경우는 여성(37.5%)이 남성(29.9%)보다 많았다. ‘은퇴를 전후한 행복감’에 대해 ‘보통’이라고 답한 비율은 여성(44.3%)이 남성(28.3%)을 웃돌았다. ‘행복한 편이다’ 또는 ‘행복하다’고 답한 사람은 남성(40.1%)이 여성(36.4%)보다 많았다. ‘때때로 행복하지 않다’ 또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는 응답 역시 남성(31.5%)이 여성(19.3%)보다 높았다. 남성일수록 은퇴에 대한 감정이 더 복잡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은퇴를 해서 좋은 점’에 대한 질문(복수응답)에서도 여성과 남성의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났다. 남녀 모두 ‘취미생활을 할 여유가 생겼다’를 첫머리로 꼽은 가운데 여성(69.3%)이 남성(56.7%)보다 응답비율이 높았다. 이어 남성은 ‘가족과 보낼 시간이 많다’(30.8%), ‘건강을 챙길 수 있다’(29.9%), ‘봉사할 수 있다’(23.6%) 순이었고 여성은 ‘가족과 보낼 시간이 많다’(31.8%), ‘출근 안 해도 된다’(29.5%), ‘봉사할 수 있다’(22.7%) 순으로 답했다.

‘은퇴의 좋은 점’에 대해 ‘없다’ 또는 ‘모르겠다’로 답한 비중은 여성(19.4%)보다 남성(44.7%)이 월등히 높았다. 남성은 출근 안 해서 좋다는 응답이 20% 수준인 반면 여성은 30%에 가까운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손성동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금연구실장은 “상대적으로 사회활동이 덜 활발한 여성이 은퇴에 대해 중립적이거나 덤덤하게 생각하는 편”이라면서 “직업 여성은 퇴직하더라도 직장에 다닐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살림을 하기 때문에 일상이 한꺼번에 바뀌지 않고, 오히려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위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퇴 후 하고 싶은 일’은 ‘여행’이 55.3%(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귀농’(33.5%), ‘봉사’(27.9%), ‘악기·스포츠 등 취미활동’(27.4%)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은퇴 준비는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들이 스스로 매긴 자신의 은퇴준비 점수는 10점 만점에 평균 4.7점에 그쳤다. 재정적 측면과 사회관계망 측면에서의 불안이 크기 때문이었다. ‘은퇴 후 걱정’에 대한 질문(복수응답)에서 4명 중 3명꼴(71.2%)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이어 ‘위축된 사회생활’(40.5%), ‘무료함’(39.1%), ‘일상 변화에 따른 당혹감’(24.2%) 등을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공포는 은퇴 뒤 기대수입과 예상수입의 불일치 때문에 생겼다. 기대수입과 예상수입 항목에 대해 63.3%가 ‘기대보다 예상수입이 적을 것’이라고 답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13-05-2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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