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사랑잇기] 2부-노인이 행복한 사회 (5)여가를 즐겨라

[독거노인 사랑잇기] 2부-노인이 행복한 사회 (5)여가를 즐겨라

입력 2011-07-04 00:00
수정 2011-07-04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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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라… 운동·봉사 함께하면 ‘노후’가 젊어진다

“하나, 둘, 셋, 넷! 어이구 김 할머니 잘하시네.” 지난달 29일 서울 중랑구 중화동 중화경로복지관. 노인 20여명이 경쾌한 음악에 맞춰 10가지 체조 동작을 하며 흥을 돋웠다. 복지관이 도입한 ‘도시 노인 9988 건강체조’ 동아리 회원들이었다. 전체 동아리 회원 30명 가운데 15명이 독거 노인이지만 체조를 할 때만큼은 고독감이 말끔히 사라진다고 했다. 연습 시간이 30분 내외로 짧고 박자를 맞추지 못하는 노인도 많았지만 열정만큼은 젊은이들 못지않았다. 서로의 동작을 체크해주고 추임새를 넣으면 흥이 절로 난다고 했다. 김애자(67) 할머니는 “운동을 해서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도 있지만 더 좋은 점은 사람들을 만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서울 중랑구에서 열린 ‘어르신 건강체조 경연대회’에서 시범을 보이는 등 건강체조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자부심도 크다. 정길수 중화경로복지관 과장은 “처음에는 나서기 싫어 하고 체조가 어렵다고 생각해서 참여하는 어르신이 많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쉽게 따라 할 수 있고, 서로 독려할 수 있어서 매주 정기적으로 나오는 어르신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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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수명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노년기 여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화경로복지관 강당에서 동작을 취하고 있는 9988체조 동아리 소속 노인들의 모습.  중화경로복지관 제공
노인의 수명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노년기 여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화경로복지관 강당에서 동작을 취하고 있는 9988체조 동아리 소속 노인들의 모습.
중화경로복지관 제공


우리 주변에는 “시간은 많은데 할 일이 없다.”고 호소하는 노인들이 많지만 눈길을 조금만 집 밖으로 돌리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의외로 많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나 복지단체에서 운영하는 ‘복지관’을 찾으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주민센터나 경로당 등에 여가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 책자도 비치돼 있어 집 밖을 나서면 손쉽게 노후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다. 노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에어로빅과 태극권 등의 운동 관련 프로그램이다. 사물놀이 등 보다 전문적인 문화 활동을 운영하는 곳도 많다. 노래교실, 수공예 등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 밖에 ‘독서 동아리’나 ‘인문학 아카데미’에서는 자신의 전문 지식을 활용해 다른 노인을 도울 수도 있다.

최근에는 노인을 위한 ‘실버영화관’도 생겨났다. 서울 종로구 낙원동 낙원상가 4층 허리우드극장에서는 ‘실버영화관’을 운영하고 있어 주말이면 수백명의 노인들이 몰린다. 6월에는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빨간마후라’ 등 추억의 전쟁영화가 상영됐고, 시기에 따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옛 영화도 감상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인근의 청춘극장도 노인들이 좋아하는 추억의 영화를 상영한다. 두 영화관 모두 관람을 원하는 노인에게 2000원만 받고 있다.

부산에서는 이달부터 부산시민회관이 매월 셋째 주 월요일 오후 2시에 실버영화관을 운영한다. 일반 영화 상영을 줄이고 노인에게 특화된 영화 관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시민회관 관계자는 “고령화 대책의 일환으로 노인들의 문화 욕구 충족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충남 아산 온양온천 업소 가운데는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5000원인 입장료를 4000원으로 할인해주기도 한다.

경로 우대 음식점도 있다. 서울 강동구청 관내 음식점 132곳은 노인이 방문할 경우 20~50%의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준다. 미용실 79곳, 이발소 19곳, 목욕탕 9곳, 사진관 10곳 등도 같은 취지로 할인 혜택을 준다. 최근 부산 중구청은 ‘경로 우대 할인업소’ 표지판이 부착된 관내 음식점 10여곳에서 노인에 한해 5~10%의 할인 제도를 실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봉사를 원하는 노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다.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에 따르면 서울 시립강동노인종합복지관은 고학력 노인을 대상으로 ‘실버그린환경지도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사회 문제인 자연환경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고, 어린이집 및 유치원에서 환경생태교육을 담당한다. 부산 동구노인종합복지관은 정기적으로 구의회 의정모니터링 요원을 모집하고 있다. 지역의 정치 현안에 관심이 많은 노인들을 위해 마련한 봉사 프로그램이다. 이 밖에 전북 완주노인복지센터는 지역 저소득층 노인을 위해 간단한 집수리와 청소, 이·미용 등을 담당하는 봉사단원을 모집하고 있고, 강원 강릉종합사회복지관은 군 부적응 병사에게 자아 존중감을 향상시키는 시니어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노인 여가 프로그램 개발에 치중하는 것보다 외로움을 겪는 독거 노인들이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기관이 나서서 연계해주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정경희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노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자아실현도 있지만 사회적인 연계 부분에서의 여가 프로그램이 독거 노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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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2011-07-0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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