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또 다른 낭만들] 하숙집 딸? 하숙집 찾기가 힘들어요

[사라지는 또 다른 낭만들] 하숙집 딸? 하숙집 찾기가 힘들어요

입력 2014-01-04 00:00
수정 2014-01-04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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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응답하라 청년공간]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주 무대는 하숙집이다. 그러나 최근엔 하숙집 찾기가 쉽지 않다. 원룸이 하나둘씩 하숙집을 잠식하면서 대학가의 숙박 지형을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방값이 치솟는 데다 남과 어울리기보다 나만의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학생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김모(56·여)씨는 3일 “예전에는 부모님들이 대학 간 자식들의 주거 형태로 밥을 굶지 말라는 뜻에서 하숙집을 선호했다”며 “10년 전만 해도 하숙생끼리 어울려 술도 자주 먹고 토론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요즘은 하숙생끼리 가족처럼 지내는 것이 옛일이 됐다”고 덧붙였다. 드라마에 비치는 과거 모습과 달리 층별로 남녀가 엄격히 구분돼 있고, 아침을 챙겨 먹기보다 잠을 더 자거나 밤늦게 들어오는 학생이 많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하숙촌은 대부분 원룸촌으로 바뀌고 있다. 하숙을 하다 1년 전부터 서울 용산구 원룸에서 자취를 하는 대학생 이모(25·여)씨는 “아침을 안 먹다 보니 식비로 내는 돈이 아까워 원룸을 알아보게 됐다”며 “특히 공동화장실에서 샴푸 등 사소한 것이지만 내 물건이 없어지는 일이 많아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최근엔 하숙과 원룸의 장점을 합한 ‘원룸형 하숙집’도 등장했다. 원룸형 하숙집은 욕실이나 화장실이 방 안에 있으면서도 하숙처럼 밥이 제공되는 형태다. 식사 값은 보통 10만~15만원으로 호불호에 따라 취사선택할 수 있다. 이화여대 근처에서 원룸형 하숙을 하는 이모(21·여)씨는 “집 밥은 그립고 하숙은 부담스러웠는데, 음식이 제공되는 원룸이 있어 선택했다”며 “이번에 드라마를 보면서 하숙집에 대한 환상이 생기기도 했지만, 역시 혼자만의 독립된 공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4-01-0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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