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여성 매니저계 대모’ 벨액터스 이주영 대표 “준비중인 시놉시스만 50여권…배우에게 좋은 작품 쥐어줘야”

[커버스토리] ‘여성 매니저계 대모’ 벨액터스 이주영 대표 “준비중인 시놉시스만 50여권…배우에게 좋은 작품 쥐어줘야”

입력 2013-11-30 00:00
수정 2013-11-30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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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석 고를 줄 아는 ‘촉’도 기본…‘응사’ 정우도 제 눈에 띄었죠”

남성들만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매니저 업계에 최근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 원조로 꼽히는 이가 이주영(51) 벨액터스 엔터테인먼트 대표다. 30대 중반, 두 아이의 엄마로 거친 연예계에 뛰어든 이 대표는 지난 18년간 수많은 스타들을 키운 연예계의 대표적인 여성 매니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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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벨액터스 대표
이주영 벨액터스 대표


권상우, 문근영 등이 그의 손에 발탁돼 스타로 성장했다. 고소영, 한예슬, 김민정, 이동건, 김민 등 당대 톱스타부터 요즘 급부상하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정우도 모두 그가 만든 스타들이다. 그가 여성 매니저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집중력에 있다. 스타의 차량을 운전하는 로드 매니저부터 시작한 그는 미숙하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다음 날 동선을 혼자 예행연습했던 ‘악바리’였다.

“그 당시에는 차량에 내비게이션이 없으니 전날 스케줄이 끝나면 다음 날 일정의 목적지를 일일이 사전 확인했죠. 감독도 미리 만나 다음 날 마치 구면처럼 보이게도 했어요. 제 배우에게만큼은 전문가라는 인상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죠. 캐스팅을 의뢰할 때도 그저 인간적인 관계에 매달리지 않고 포트폴리오를 꼼꼼히 만들어 다녔고요.”

톱스타들도 솔직히 신인 여성 매니저에게는 불안감을 느끼게 마련. 이 대표는 승부욕으로 그런 편견을 이겨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최고의 사진작가 조세현씨에게 신인인 문근영, 권상우를 데리고 갔더니 ‘이들을 스타로 만들지 못하면 대표님의 능력이 없는 것’이라고 하더라. 그때 그 소리에 승부욕이 발동해 더 열심히 했다”며 웃었다.

아이스타 엔터테인먼트, 스타파크 엔터테인먼트 등의 회사 대표로 소속 배우들을 주연급 반열에 올려놓은 뒤에도 그의 손에서는 늘 대본이 떠나지 않았다. 자신과 일할 때 그 배우가 전성기를 보냈으면 하는 것이 그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매니저는 절대로 배우의 운전기사, 집사, 심부름꾼, 보디가드가 아니에요. 최고의 매니저는 배우에게 좋은 작품을 하게 하는 거죠. 그래서 제 책상에는 제작 준비 중인 영화와 드라마 시놉시스 50여권이 늘 놓여 있어요. 좋은 대본을 구하러 다니고 배우들에게 좋은 기회를 열어주는 거죠. 단역이었던 오정세를 키운 것도 그런 노력의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옥석을 고를 줄 아는 ‘촉’도 매니저의 주요 자질의 하나. 어느 날 소속 배우들의 프로필을 훑어 보던 중 꽃미남 일색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연기 잘하는 배우를 찾아봤다. 그때 눈에 띈 이가 권상우와 드라마 ‘신데렐라맨’을 함께했던 정우였다. 이 대표는 제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정우를 찾아가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하지만 매니저로서 가장 힘든 것은 작품을 놓고 배우와 의견이 부딪힐 때다. 인기 여배우들과 호흡을 자주 맞춘 이 대표는 “감성적이고 예민한 그들이 때론 유리그릇처럼 조심스럽고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았다.

“보통 스타들은 매니저를 언니, 이모, 삼촌이라 불러요. 그렇게 서로의 관계를 ‘친척’처럼 뭉개버리는 관행이 싫었어요. 각자의 위치를 지키며 긴장할 때 좋은 성과가 있는 거니까요. 여성 매니저의 단점요? 남자 배우들과 함께 사우나도 못 가고 몸 부대끼며 술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풀지 못한다는 거죠. 하지만 여배우라 하더라도 함부로 그 집에 들어가지는 않았어요. 이성이든 동성이든 소속배우와 매니저 사이에 지켜야 할 선을 지켜온 것, 그러면서 관계의 긴장을 유지해 온 것, 그게 저의 롱런 비결이 아닐까 싶어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2013-11-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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