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라톤·웨스틴 등을 운영하는 미국 호텔 체인 스타우드 호텔 인수전에 뒤늦게 끼어들어 ‘판돈’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렸던 중국 안방(安邦)보험이 돌연 인수를 포기해 주목을 끌고 있다.
안방보험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스타우드 측에 제안했던 140억 달러(약 16조 1420억원) 규모의 인수안을 전격적으로 철회했다고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최근까지 인수금액을 높이던 안방보험이 갑자기 인수전에서 발을 빼겠다고 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다. 메리어트 호텔은 지난해 11월 스타우드 호텔을 122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안방보험이 지난 3월 14일 끼어들며 6억 달러 많은 128억 달러를 스타우드 호텔 인수 가격으로 제시했다. 스타우드 측이 흔들리는 기미를 보이자 나흘 뒤 18일엔 132억 달러로 인수 제안가격을 더욱 높였다. 이에 매리어트 측도 21일 136억 달러로 스타우드 호텔 인수가를 다시 올렸다. 안방보험은 또다시 4억 달러를 높여 140억 달러로 인수가격을 다시 불렀다가 이날 갑작스레 인수 철회를 요청한 것이다.
이와 관련,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 국내 보험사가 총자산의 15% 이상을 해외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한 중국 법 규정 때문에 안방보험이 인수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안방보험이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으로부터 고급 호텔업체인 스트래티직 호텔&리조트를 인수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스타우드 호텔 인수도 추진 중이라며, 이 두 건의 인수 규모가 1278억 위안으로 기존 해외투자와 합치면 안방보험의 해외투자 규모가 모두 1716억 위안에 이르는 만큼 ‘15% 규정’을 초과한다고 중국 경제잡지 차이신(財新)은 지적했다. 하지만 안방보험 웹사이트에 따르면 총 자산 규모가 1조 9000억 위안(약 338조 2570억원)에 이른다. 안방보험이 비상장사인 만큼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은 수치인지는 얼마나 정확한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차이신의 보도에 무리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들의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해외 인수·합병(M&A)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안방보험의 인수 철회 이후 해외 자산을 매도하는 측은 중국 기업들에 보다 엄격한 거래 조건과 비싼 프리미엄(웃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중국 최대의 로펌 잉커(盈科)의 양린(楊林) 글로벌 본부장은 “이런 빅딜 중 거래 상대방의 진실성과 안정성은 아주 중요하다”며 “안방보험이 거래 성사 직전 갑자기 인수를 포기한 것은 중국 기업들 이미지를 좋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매도자는 중국의 잠재적 M&A 상대방에 자금 증명을 요구해 중국 투자자는 반드시 해외 은행이 발행한 달러화 예금 증명서를 제출해왔다”며 “이는 과거에 일부 중국 기업들이 불성실한 태도로 매각 협상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방보험은 앞서 2014년에도 힐튼 월드와이드로부터 미 뉴욕의 랜드마크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20억 달러에 사들여 화제를 모았다. 안방보험은 한국 금융업계에도 문을 두드렸다. 2014년 11월에 우리은행 경영권 예비입찰에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입찰에 다른 경쟁자가 나서지 않는 바람에 경쟁입찰 유효조건에 맞지 않아 불발됐다. 지난해 2월에는 동양생명을 10억 61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중국 기업 중 처음으로 우리 금융업계에 발을 들여놓기도 했다.
2004년 자본금 5억 위안의 자동차 보험회사로 출발한 안방보험은 불과 10년 만에 자본금을 619억 위안으로 무려 120배 이상 부풀렸다. 초기부터 중국 최대 석유업체 중국석화(中國石化·시노펙)과 중국 최대 자동차 회사 상하이자동차를 주주로 유치하는 저력을 보여주면서 정치적 커넥션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이 중국의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 덩줘루이(鄧卓芮)와 결혼하고(현재 이혼) 당중앙 군사위원회 부주석을 지낸 10대 원수 천이(陳毅)의 막내 아들인 천샤오루(陳小魯)를 이사로 들어앉히는 등 든든한 정치적 배후세력을 갖췄고 이를 기반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만큼 안방보험의 실질적인 주주나 경영진, 주주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30개 이상의 법인투자자들이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베일에 싸여 있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안방보험의 주주는 시노펙과 상하이자동차 등 몇몇 기업에 불과했지만 2014년 말에 갑자기 31개의 법인이 새로운 주주로 등장했다. 모두 잘 알려지지 않은 투자회사, 부동산 회사, 자동차 회사로 정체가 불분명한 기업들이다. 2014년 안방보험 투자에 나선 법인 중 9곳은 모두 2012년 12월에서 2013년 1월 사이에 쓰촨(四川)성에서 무더기로 등록된 업체라고 WSJ이 전했다.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 출신인 우샤오후이 회장(50)은 싱가포르 국립대에서 공공행정학을 전공했으며 미국 하버드대 방문학자를 지냈다. 해외 언론은 물론 중국 언론들과도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를 일절 안해 베일에 쌓여 있다. 차이신이 2014년 ‘다크호스 안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자, 안방보험은 직원들을 총동원해 거리 가판대에서 차이신을 싹쓸이하기도 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안방보험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스타우드 측에 제안했던 140억 달러(약 16조 1420억원) 규모의 인수안을 전격적으로 철회했다고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최근까지 인수금액을 높이던 안방보험이 갑자기 인수전에서 발을 빼겠다고 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다. 메리어트 호텔은 지난해 11월 스타우드 호텔을 122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안방보험이 지난 3월 14일 끼어들며 6억 달러 많은 128억 달러를 스타우드 호텔 인수 가격으로 제시했다. 스타우드 측이 흔들리는 기미를 보이자 나흘 뒤 18일엔 132억 달러로 인수 제안가격을 더욱 높였다. 이에 매리어트 측도 21일 136억 달러로 스타우드 호텔 인수가를 다시 올렸다. 안방보험은 또다시 4억 달러를 높여 140억 달러로 인수가격을 다시 불렀다가 이날 갑작스레 인수 철회를 요청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들의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해외 인수·합병(M&A)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안방보험의 인수 철회 이후 해외 자산을 매도하는 측은 중국 기업들에 보다 엄격한 거래 조건과 비싼 프리미엄(웃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중국 최대의 로펌 잉커(盈科)의 양린(楊林) 글로벌 본부장은 “이런 빅딜 중 거래 상대방의 진실성과 안정성은 아주 중요하다”며 “안방보험이 거래 성사 직전 갑자기 인수를 포기한 것은 중국 기업들 이미지를 좋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매도자는 중국의 잠재적 M&A 상대방에 자금 증명을 요구해 중국 투자자는 반드시 해외 은행이 발행한 달러화 예금 증명서를 제출해왔다”며 “이는 과거에 일부 중국 기업들이 불성실한 태도로 매각 협상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방보험은 앞서 2014년에도 힐튼 월드와이드로부터 미 뉴욕의 랜드마크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20억 달러에 사들여 화제를 모았다. 안방보험은 한국 금융업계에도 문을 두드렸다. 2014년 11월에 우리은행 경영권 예비입찰에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입찰에 다른 경쟁자가 나서지 않는 바람에 경쟁입찰 유효조건에 맞지 않아 불발됐다. 지난해 2월에는 동양생명을 10억 61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중국 기업 중 처음으로 우리 금융업계에 발을 들여놓기도 했다.
2004년 자본금 5억 위안의 자동차 보험회사로 출발한 안방보험은 불과 10년 만에 자본금을 619억 위안으로 무려 120배 이상 부풀렸다. 초기부터 중국 최대 석유업체 중국석화(中國石化·시노펙)과 중국 최대 자동차 회사 상하이자동차를 주주로 유치하는 저력을 보여주면서 정치적 커넥션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이 중국의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 덩줘루이(鄧卓芮)와 결혼하고(현재 이혼) 당중앙 군사위원회 부주석을 지낸 10대 원수 천이(陳毅)의 막내 아들인 천샤오루(陳小魯)를 이사로 들어앉히는 등 든든한 정치적 배후세력을 갖췄고 이를 기반으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만큼 안방보험의 실질적인 주주나 경영진, 주주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30개 이상의 법인투자자들이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베일에 싸여 있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안방보험의 주주는 시노펙과 상하이자동차 등 몇몇 기업에 불과했지만 2014년 말에 갑자기 31개의 법인이 새로운 주주로 등장했다. 모두 잘 알려지지 않은 투자회사, 부동산 회사, 자동차 회사로 정체가 불분명한 기업들이다. 2014년 안방보험 투자에 나선 법인 중 9곳은 모두 2012년 12월에서 2013년 1월 사이에 쓰촨(四川)성에서 무더기로 등록된 업체라고 WSJ이 전했다.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 출신인 우샤오후이 회장(50)은 싱가포르 국립대에서 공공행정학을 전공했으며 미국 하버드대 방문학자를 지냈다. 해외 언론은 물론 중국 언론들과도 기자회견이나 인터뷰를 일절 안해 베일에 쌓여 있다. 차이신이 2014년 ‘다크호스 안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자, 안방보험은 직원들을 총동원해 거리 가판대에서 차이신을 싹쓸이하기도 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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