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압박 나선 ‘합창음악 대부’
윤학원(서울코러스센터 원장) 전 인천시립합창단 지휘자.
윤 원장은 “공영방송이 경제 논리를 내세워 어린이합창단에 대한 해단을 강행한다면 수신료 거부 운동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 원장은 2011년 KBS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 박칼린 음악감독의 스승이자 ‘청춘 합창단’ 지휘를 맡은 가수 김태원씨의 멘토로 활약하며 합창 붐을 일으켰다. 합창 불모지였던 국내에서 1970년부터 선명회어린이합창단 등을 이끌고 해외 공연에 나서 주요 상을 휩쓸고 수많은 성악가를 배출하는 등 ‘클래식 한류’ 원조로 꼽힌다.
윤 원장은 “한국의 문화 활성화를 위해 만든 최초의 어린이합창단을 상업 논리로 없애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온몸을 던져 막아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앞서 KBS는 재정난과 업무 효율화를 이유로 73년의 역사를 지닌 서울과 광주 어린이합창단을 지난해 없앤 데 이어 올 연말까지 부산·울산·전주·청주·제주 등 5개 남은 어린이합창단을 모두 해단하라는 지침을 지난 6월 내려보냈다.
‘KBS어린이합창단 해단 막아주세요’ 청와대 국민청원
KBS가 지난 6월 부산·전주·울산·청주·제주 등 전국 5개 어린이합창단 연내 동시 해단 통보를 한 이후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청원인은 “경제논리로 동심을 파괴하지 말아달라”며 “타사의 트로트 프로그램 인기에 유사 프로그램을 공격적으로 편성하면서도 정작 어린이를 위한 합창·동요는 없애버리는 것이 국민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하는 KBS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느냐”고 지적했다. 2020-08-13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KBS어린이합창단 해단을 막아주세요
KBS시청자권익센터에 올라온 KBS어린이합창단 해단 반대 청원들. KBS는 지난 1일 재정난을 이유로 자사 소속 전국 5개 KBS어린이합창단을 올해 말까지 동시 해단하겠다고 밝혔다.
KBS 홈페이지 캡처.
KBS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지난달 2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KBS의 국민신문고 답변서에는 ‘한정된 자원을 양질의 프로그램에 집중해야 하는데 어린이합창단은 적합하지 않고, 예산 투입도 안 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 KBS의 브랜드를 빌려줄 수 없으며, 해단의 일관성 측면에서 지역적 예외를 둘 수 없다’ 등 해단 사유를 잔뜩 열거했다.
KBS는 지난해 6700억원의 수신료를 징수하고도 콘텐츠 경쟁력 부실과 인건비 지출 등으로 1000억원가량 적자를 냈다.
이와 관련해 윤 원장은 “온통 트로트 일색인 방송에서 어린이들이 동요조차 배울 기회가 없다”면서 “경쟁에 내몰리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과 마음을 맞추고 함께하는 정신을 배우는 합창을 없애는 게 어떻게 경영혁신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어린이합창단 해단을 막아주세요
KBS청주어린이합창단의 공연 모습. KBS는 지난 1일 재정난을 이유로 자사 소속 전국 5개 KBS어린이합창단을 올해 말까지 동시 해단하겠다고 밝혔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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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원장은 “KBS 브랜드는 그들 소유가 아닌 ‘나라 브랜드’로 공영방송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서 “재미에만 치중 말고 선도적으로 미래 아이들의 인성과 정신 세계를 키워 주는 어린이합창 프로그램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은 “‘KBS 어린이합창단 살리기 운동본부’를 발족해 국민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의 모습. 서울신문 DB
KBS 부산어린이합창단이 지난해 진행한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1주년 기념 부산 평화콘서트’ 모습.
KBS 부산어린이합창단 제공
KBS 부산어린이합창단 제공
2020-08-14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