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맞은 SAT] 태국서 유출한 문제, 이메일로 받은 美 유학생 12시간 뒤 응시 2400점 만점에 2200점 득점

[역풍 맞은 SAT] 태국서 유출한 문제, 이메일로 받은 美 유학생 12시간 뒤 응시 2400점 만점에 2200점 득점

입력 2013-05-30 00:00
수정 2013-05-3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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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SAT’ 백태

2010년 1월 미국 코네티컷주의 한국계 미국인의 가정집. 명문 사립대 진학을 원하는 A군은 반복적으로 자신의 이메일을 열고 닫았다. 잠시 후 들어온 이메일 한 통에는 다음 날 시험이 예정된 미국대학입학자격시험(SAT)의 정답지가 있었다. 강남의 한 어학원 강사 김모(37)씨가 태국 SAT 고사장에서 유출된 문제지를 풀어 A군에게 보낸 것이다. 정답지를 받은 A군은 미국과 태국의 시차를 이용 12시간 뒤 미국 내 SAT 시험에 응시해 2200점(2400점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

A군의 사례처럼 수년 전부터 문제 유출로 구설수에 휘말린 ‘한국 SAT’가 다시 뭇매를 맞고 있다. 검찰이 지난 3일 강남 SAT 학원 원장과 강사 10여명을 출국 금지하는 등 문제 유출 경위를 본격 수사하고 있고 서울시교육청도 SAT 학원 12곳을 집중 점검한다.

지속적인 문제 유출로 ‘한국 SAT’에 불명예 딱지가 붙은 지는 꽤 오래됐다. SAT 시험 주관사인 칼리지보드는 2007년 1월 국내 학원 강사들이 태국에서 시험을 치르고 문제를 국내로 유출한 사실이 드러나자 응시자 900명의 시험 성적을 취소했다.

심지어 강남의 SAT 강사는 ‘파트 A와 B를 외우라’, ‘50문제를 외우라’는 구체적인 내용도 지시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어학원 관계자는 “돈에 눈이 먼 강사들이 문제를 유출하는 등 불법을 저지르는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면서 “기출문제를 많이 보유할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를 유출하는 방법도 지능화되고 있다. 예전엔 공학계산기에 문제를 입력하거나 칼로 시험지를 도려내 가지고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한 학생이 소형 카메라를 윗옷 단추에 달고 시험지를 찍다 걸린 적이 있을 정도로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

불법 고액 과외도 여전히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강남의 한 어학원은 경기 양평에 교육시설을 임대해 두 달치 SAT 교습비로 1600만원을 받았다. 고가에도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가했다.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지난해 6월부터 3개월간 전국 1만 8000여곳의 학원을 점검한 결과 2000여곳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조사를 담당했던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29일 “불법 영어캠프를 운영한 곳이 11곳”이라면서 “위생 시설을 전혀 갖추지 않고 아이들을 먹이고 재우면서 하루 내내 족집게 강의만 했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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