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타나모수용소 10년] (1) 그 형극의 땅을 밟다

[관타나모수용소 10년] (1) 그 형극의 땅을 밟다

입력 2012-01-18 00:00
수정 2012-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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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땅도 미국땅도 아닌 ‘모순의 孤島’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면서 설치한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 내 수용소가 끊이지 않는 인권침해 논란 속에 지난 11일로 운영 10년째를 맞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의회의 반대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16일(현지시간)부터 3박4일간 전 세계 주요 언론사 기자 14명에게 관타나모 현지와 기지 내 법원에서 17~18일 열리는 알카에다 테러범 아브드 알라힘 알나시리에 대한 군사재판 취재를 허용했다. 한국 언론에서는 서울신문 등 2개사가 취재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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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탑승객들이 출국수속을 밟고 있다. 군 기지이지만 탑승수속 절차는 일반 민간공항과 별반 다르지 않다.
16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탑승객들이 출국수속을 밟고 있다. 군 기지이지만 탑승수속 절차는 일반 민간공항과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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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 활주로 끝 입국장 건물 앞에 ‘관타나모 기지에 오신걸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표지가 방문객을 맞고 있다.
같은 날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 활주로 끝 입국장 건물 앞에 ‘관타나모 기지에 오신걸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표지가 방문객을 맞고 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겨울 새벽, 미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 대합실은 묘한 ‘모순’으로 가득차 있었다.

16일 오전 6시 앤드루스 기지에서 관타나모 미군기지 행(行) 항공기에 탑승하는 과정은 여느 출국 공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탑승수속 창구 앞에 줄을 선 뒤 담당 장병에게 여권을 건네주고 탑승권을 받았다. 순간 당황했다. 돌려받은 여권엔 ‘출국 도장’이 찍혀있지 않았다. 쿠바 땅도 아니고 미국 땅도 아닌, 애매한 정체성의 관타나모 미군기지에 대한 출입국 기록이 여권엔 남지 않는 것이다.

1인당 왕복 항공료 400달러(약 45만원) 짜리 델타항공 전세기에는 취재기자와 알카에다 수감자 재판 참관 비정부기구(NGO) 관계자, 수감자 변호인, 관타나모 기지 근무 미군 장병 면회객 등 100여명이 탑승했다. 이륙 3시간 만인 정오쯤 “관타나모 권역에 진입했다.”는 기장의 안내방송에 창 밖을 내려다보니 짙은 청록색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관타나모는 고도(孤島)였다. 아무리 활주로에 근접해도 바다에는 그 어떤 부표나 어선도 눈에 띄지 않았다.

활주로 끝 입국장에서 입국 수속이 진행됐다. 입국장 안에는 작은 어린이 놀이방이 있었고 현금인출기도 보였다. 미국 방송이 나오는 TV도 걸려 있었다. 즉석 증명사진을 찍은 뒤 유효기간 3일 짜리 출입증을 교부받았다. 본(本)기지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30분간 배를 타야 했다. 야산과 언덕, 평지가 지형적 조화를 이룬 기지 안에는 군데군데 낮은 황갈색 건물과 풍력 발전기 등이 눈에 띄었다.

조셉 토드 브리슬리 등 공보장교들은 “쿠바군과 미군이 육상과 해상에서 경계를 서며 마주보고 있지만 별다른 충돌이 있었던 적은 없으며, 서로 악수를 하고 인사를 교환하는 등 우호적인 관계”라고 ‘평화적 환경’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안내 장교들은 사진촬영을 엄격히 통제하는 등 ‘보안’에 무척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기자들의 사진기를 걷어가 법원 건물이나 벙커 위치가 촬영된 사진은 가차 없이 삭제해버렸다. 건물 중에는 이중삼중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곳이 적지 않았고, 여기에는 어김없이 ‘사진촬영 금지’, ‘출입금지’ 등의 푯말이 붙어있었다.

현역 군인과 가족, 군납업자 등 6000여명이 거주한다는 시내에 나가봤다. 커다란 쇼핑몰 건물이 있었고 그 안에 대형 마트와 맥도널드·서브웨이 등 패스트푸드점, DVD 대여점,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 있었다. 식당이나 마트에서 일하는 점원은 대부분 자메이카 등 인근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었다. 쿠바가 아니라 미국의 어느 소도시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글 사진 관타나모(쿠바)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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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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