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공공외교다] 노르웨이 ‘평화 메시지’ 집중… 테러에도 의연할 수 있었다

[이제는 공공외교다] 노르웨이 ‘평화 메시지’ 집중… 테러에도 의연할 수 있었다

입력 2011-08-31 00:00
수정 2011-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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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외교는 기존 강대국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국제무대에서 신뢰를 얻고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하는 신흥 강대국들도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공공외교를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의 공공외교 모델로 중견국으로서의 ‘틈새외교’를 주목한다. 호주 외무장관 출신인 가렛 에번스가 처음 주창한 개념인 ‘틈새외교’는 중견국이 자신만의 위치를 찾아 틈새를 파고드는 외교를 이른다. 평화 중재 국가로 국제적 명성과 신뢰를 얻은 노르웨이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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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노르웨이 오슬로에 모인 시민들이 장미꽃을 손에 쥐고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의 증오범죄에 대해 이들이 보인 성숙한 자세는 평화 중재를 중심으로 한 노르웨이 공공외교가 단순히 정부 차원의 ‘보여주기’가 아니라 국민적 합의와 동참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보여줬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지난달 26일 노르웨이 오슬로에 모인 시민들이 장미꽃을 손에 쥐고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의 증오범죄에 대해 이들이 보인 성숙한 자세는 평화 중재를 중심으로 한 노르웨이 공공외교가 단순히 정부 차원의 ‘보여주기’가 아니라 국민적 합의와 동참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보여줬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지난달 전 세계는 노르웨이에 두 번 놀랐다. 극우주의자의 끔찍한 테러에 몸서리쳤고, 곧이어 노르웨이 정부와 시민들이 보여준 의연한 자세에 감동받았다. 증오에 대처하는 이들의 자세는 왜 노르웨이가 ‘평화의 나라’라는 수식어를 얻었는지 보여줬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노르웨이 총리가 “폭력에 대한 노르웨이의 대응은 더 많은 민주주의와 개방성, 더 확대된 정치참여”라면서 “테러 이전에도 이후에도 노르웨이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천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노르웨이는 국제 무대에서 평화중재자로서 높은 명성을 갖고 있다. 이는 자국의 지정학적 위치와 국제 무대에서의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르웨이의 위상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하는 국가전략, 즉 공공외교 전략을 구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테러에 대처하는 노르웨이 시민들의 성숙한 태도는 국제 무대에서 노르웨이를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알릴 것인가 하는 고민의 근본에 ‘우리는 어떤 나라를 원하는가’라는 속뜻이 숨어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노르웨이 공공외교는 캐나다와 함께 ‘틈새 전략’을 가장 잘 구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크 레너드 유럽외교관계협의회 이사는 노르웨이의 틈새외교를 이렇게 평가했다.

“노르웨이는 국제 사회에서 위상이 높지 않고 별다른 자원을 갖지 못한 국가이지만 이를 훨씬 뛰어넘는 국제적 발언권과 위상을 확보한 훌륭한 사례 가운데 하나다. 이런 위상은 표적 수용자에 대해 냉혹하게 우선순위를 정하고, 노르웨이를 세계의 평화 세력으로 부각시키는 단일한 메시지에 집중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노르웨이가 택한 틈새전략은 바로 ‘평화 중재자’였다. 특히 노르웨이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공적개발원조(ODA·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발전, 복지증진 등을 목적으로 하는 원조)를 제공하고, 망명자에게 관대하며, 국제 갈등의 중재자로 적극 활동해 왔다. 해마다 노르웨이에서 열리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이 나라를 ‘평화수호자’로 각인시킨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노르웨이 자원은행’(NORDEM)도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NORDEM은 노르웨이 인력을 활용해 세계 민주주의와 인권 촉진을 지원하기 위해 1993년 설립됐으며, 선거 감시와 분쟁 예방을 위해 연간 전 세계 20개국에서 ‘신속 대응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노르웨이가 국익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자선’만 하는 국가는 결코 아니다. 노르웨이 외무부 모나 엘리자베스 드라벳 부국장은 노르웨이가 장기적인 국익을 대단히 중시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노르웨이는 국제사회에서 명성과 신뢰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서 “지난 수십년 동안 그 부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화 중재자에 초점을 맞춘 노르웨이의 공공외교는 결국 장기적인 국익이라는 전략적 고려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다.

장기적 관점은 공적개발원조에서도 나타난다. 공적개발원조를 담당하는 외무부 산하 국제협력청(NORAD)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공적개발원조에서 외무부의 역할이 갈수록 커졌다. ODA 대상과 방식 등을 국가적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다. 시민단체들이 제안한 장기적 지원사업을 심사하고 지원하는 역할도 맡는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분단 현실을 고려할 때 한국도 노르웨이의 사례를 진지하게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외교통상부 연구용역보고서에서 한국이 추구해야 할 공공외교의 목표로 ‘평화촉진국가’를 꼽았다. 그는 “한국의 지정학적 조건, 상대적 국력의 열세 등을 고려할 때 투사형 이미지나 싸움닭 같은 이미지로는 오히려 지역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과제로는 한반도 평화구축, 한반도 주변 4강과의 협력외교 강화, 동북아 다자 간 안보협력 증진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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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2011-08-3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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