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5 희망을 쏜 사람들] (3) 박지성·이영표

[아듀 2005 희망을 쏜 사람들] (3) 박지성·이영표

이재훈 기자
입력 2005-12-23 00:00
수정 2005-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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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79개팀 6609명, 중학교 172개팀 5970명, 고등학교 117개팀 3567명.2005년 현재 한국 축구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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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왼쪽), 박지성
이영표(왼쪽), 박지성
이 가운데 13개팀 433명의 프로 선수가 나온다. 이 척박한 현실 속에서 한국 축구는 지난 2002한·일월드컵에서 세계 4위에 올랐다. 산술적으로 따져도, 합리적으로 생각해도 모두가 불가능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4강 신화’라고 불렸다.

지난 7월과 8월 우리는 또다른 ‘기적’을 경험했다. 한 명은 175㎝에 72㎏, 다른 한 명은 176㎝에 68㎏의 작은 체구다. 하지만 둘은 세계 최고의 축구 무대라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나란히 진출, 팀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리그 최고의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신형엔진’ 박지성(24)과 올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의 ‘초롱이’ 이영표(28) 얘기다.

둘 모두 대학 때까진 그늘에 머물렀다. 박지성은 초등학교 6학년때 ‘차범근 축구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자질을 보였지만 작은 체구 탓에 명지대 진학도 보결로 겨우 들어갔다. 이영표도 안양공고 시절 추계대회 최우수선수 수상이 전부이며 청소년대표조차 발탁된 적이 없다. 흔히 말하는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둘은 한순간도 꿈을 놓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았다. 쉴새없이 뛰는 그들의 멈출 줄 모르는 체력은 그들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가를 말해주고, 빅리거들도 놀라는 창조적인 움직임은 누군가에게 배운 게 아니라 그들 스스로의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움직임을 익혔음을 드러냈다.

박지성은 2000년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 입단해 2부리그로 떨어진 팀을 한 시즌 만에 다시 1부로 끌어올리며 ‘교토의 별’로 떠올랐다. 이영표 역시 K-리그 부동의 왼쪽 윙백으로 명성을 날렸다. 둘은 2003년 1월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고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으로 옮겨 팀을 04∼05시즌 리그 챔피언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려놓으며 유럽에 ‘태극듀오’ 열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안주하지 않았다. 벤치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뒤로 하고 나란히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해 박지성은 17경기 1골 4도움, 이영표는 12경기 가운데 11경기 풀타임 출장에 1도움을 각각 기록하며 ‘아시안 프리미어리거’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작지만 옹골찬 그들의 플레이에 새벽잠을 설치며 응원하는 한국인들은 뿌듯한 자긍심을 느낀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2005-12-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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