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술자리 女 vs 男 워스트 5’ 조사] 추근대는 男·오버하는 女 ‘꼴불견’

[본지 ‘술자리 女 vs 男 워스트 5’ 조사] 추근대는 男·오버하는 女 ‘꼴불견’

입력 2004-12-29 00:00
수정 2004-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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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돌아오는 연말·연시가 악몽같다는 직장인들도 적지 않다. 한해의 아쉬움을 털어내다 보면 과음이 뒤따르게 마련이고, 결국 피로와 숙취에 젖은 심신만 남을 뿐이다.

연말 무사히 ‘생존’했다고 해도 시무식이 끝나면 다시 회식이 기다린다. 직장의 술자리는 업무의 연장이라지만,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실종된 술자리라면 그 자체로 스트레스다.





서울신문은 빙그레, 동원F&B, 해태제과, 한국야구르트,CJ, 웅진식품, 서울우유 등 7개 기업 남녀 직장인 100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그들이 말하는 술자리 ‘여 대 남(女 vs 男)’ 워스트 5를 선정했다. 여성은 술을 강요하는 남자를, 남성은 술을 못먹는 여자를 최악으로 뽑아 너무나도 상반된 인식의 차이를 드러냈다.

女 “이런 남자 싫다”

2년차 직장인 한모(27·여)씨는 회식자리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술자리의 분위기를 틈타 은근슬쩍 어깨에 손을 얹거나 바짝 다가앉아 스킨십을 시도하는 상사나 동료들 때문이다. 불쾌하지만 분위기 좋은 술자리에서 정색하고 화를 낼 수도 없어 속앓이만 한다.

여성들이 지적한 최악의 술자리 유형도 ‘은근한 스킨십을 시도하는 남성’으로 나타났다. 복수 응답자 49명 가운데 13명이나 이를 꼽았다. 친밀감으로 포장됐지만 여성들에게는 성희롱에 가깝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송년회에서 “건배”를 외치는 목소리는 힘…
송년회에서 “건배”를 외치는 목소리는 힘… 송년회에서 “건배”를 외치는 목소리는 힘차지만,속내는 제 각각이다.하지만 ‘싫어하는 직장상사’ 1순위로 ‘음주 강요형’을 꼽는 데는 남녀 직장인 모두 의견의 일치를 봤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워스트 2위는 욕설이나 험담, 폭언 등 말을 함부로 하는 남자다.3위는 노래방에서 블루스를 강요하거나 추근대는 남자다. 만취해 시비거는 남자와 술을 강요하는 남자도 여성들에게는 함께 하고 싶지 않은 상대로 뽑혔다.

이 밖에 술자리에서 군기잡는 남자, 말 안하고 술만 먹거나 술을 버리는 남자, 택시비를 안주는 남자 등도 기피 대상이라는 소수 의견이 나왔다.

男 “이런 여자 싫다.”

남성이 뽑은 최악의 여성은 ‘일편단심 못먹어요형’이다. 또 술은 먹지 않고 안주만 집어 먹는 여성도 남자들의 경계 대상 1호로 떠올랐다.

2위는 만취해 울거나 시비를 거는 여자가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공주형’ 여자도 남성들이 싫어하는 상대였다.

평소와 달리 연약한 척하거나 상사에게 애교를 부리는 여성, 자기 자랑이나 남자친구를 자랑하는 것도 꼴불견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술자리 내내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여자도 남성들의 원성을 샀다.

소수 의견으로 1차에서 사라지는 여자, 술자리가 끝났는데 뒤늦게 발동걸려 더 먹자는 여자, 눈치없이 3차까지 남는 여성도 기피 대상이다.

남녀 ‘음주 강요형 상사’가 1위

술을 강권하는 직장 상사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기피 대상이었다. 남녀 직장인 모두에게 최악의 상사 1위는 직급으로 압박하며 음주를 강요하는 형이 뽑혔다. 술자리에서조차 시종일관 업무 이야기를 하거나 잔소리, 부하 직원을 나무라는 ‘초지일관 업무형’상사도 ‘밥맛없다.’는 사람이 많았다. 여성 2위, 남성 3위를 기록했다.

“우리에게 끝이란 없다. 동틀 때까지 고(go)”를 외치는 ‘먹고 죽자형’상사도 직원들에게 문제아로 지적됐다. 또 혼자서만 이미 했던 이야기를 또하는 스타일의 ‘네버앤딩스토리형’ 상사도 기피 대상이 됐다. 여성들은 남자와 달리 기름기나 고추가루가 묻은 술잔을 마구 돌리는 비위생형 상사도 싫어했다.

이 밖에 돌아가며 소감을 발표하게 하는 상사, 자신의 집 근처에서 술자리를 벌이거나 집까지 바래다 줄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상사, 술자리에서 잘 지내자고 하고는 다음날 ‘갈구는’ 상사, 부하 직원을 머슴부리듯 심부름 시키는 상사 등 재미난 의견도 많았다.

술자리에서 먼저 사라지는 후배가 최악

남성과 여성 모두 온갖 핑계를 대며 술자리에서 빠지거나 먼저 사라지는 ‘뺀질이형’직장 후배를 최악으로 꼽았다.3차 가자고 분위기만 띄우고는 사라지는 후배도 원성의 대상이 됐다.

여성은 분위기 못 맞추는 ‘목석형’ 후배가 1위였다. 또 술에 취해 울면서 “저 정말 서운했어요.”라고 대책없이 눈물을 떨구거나 만취해 날뛰는 후배 등 ‘오버형’도 선배들에게 기피 인물로 찍히는 지름길이었다.

여성들은 술자리에서 친한 척 반말을 하는 후배를, 남성들은 상사에게 아부하는 후배를 싫어했다. 술자리에서 고기굽는 임무를 선배에게 떠맡기면서 술도 안 따라주는 후배 역시 경계 대상이었다.

이 밖에 비싼 안주만 시키는 후배, 폭탄주 먹자고 나서는 후배, 술자리 내내 지루한 표정을 감추지 않는 후배도 꼴불견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안동환 홍희경기자 sunstory@seoul.co.kr

노래방 워스트 5-우울한 노래로 분위기 깨는 사람

‘음주가무’가 망라되는 송년회의 피날레는 노래방이 장식하게 마련이다. 직장인들은 노래방에서도 지켜야 할 예의와 규칙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동원 F&B의 1년차 사원 김성희(26·여)씨는 입사 초기에 대학시절 애창곡을 부르던 도중 동료가 분위기에 맞지 않는다며 ‘취소’버튼을 눌러 당황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김씨는 “단호하게 노래를 끊어버리는 동료가 야속했지만, 요즘에는 혼자 분위기 잡는 사람들이 있으면 흥이 깨진다.”고 변화한 취향을 설명했다. 김씨는 왁스의 ‘오빠’와 장윤정의 ‘어머나’를 맹연습해 송년회에서 히트를 쳤다.

직장인들이 꼽은 ‘노래방 기피대상’ 1위 역시 우울한 노래로 분위기 깨는 사람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사람이 노래하고 있는데도 마이크를 놓지 않는 사람이 그 뒤를 이었다. 발라드만 골라 부르면서 블루스 추자고 하는 남성이 싫다는 여성 응답자도 47명 가운데 15명으로 전체 기피대상 순위 3위에 올랐다.

다른 사람이 1절을 끝내자 꺼버리고 자기 노래 하는 사람, 노래방 예약시간이 끝날 만하면 카운터로 달려 나가 시간을 연장하는 사람이 각각 4,5위에 올랐다.

남성들은 이밖에 발라드에 취해 우는 여성, 끝까지 빼면서 노래 안부르는 여성을 노래방 꼴불견으로 꼽았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04-12-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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