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불길한 동조화…中·韓, 日 경제 닮아간다”

“동아시아의 불길한 동조화…中·韓, 日 경제 닮아간다”

입력 2015-11-18 09:33
수정 2015-11-1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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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전문가들 경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모든 성장 신화는 예외 없이 금융 붕괴나 스태그네이션(stagnation: 장기 침체)으로 종결됐다” 중국의 위기를 줄곧 경고해온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학 경영대 교수의 경고다.

그는 중국이 다른 나라와 유일하게 다른 점은 불균형의 규모가 우리가 이전까지 목격하지 못했던 수준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중고속 성장에 진입하면서 중국의 가파른 성장 둔화, 혹은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미국 콘퍼런스보드의 케네스 골드스타인 이코노미스트는 한 세미나에 참석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이미 4%대로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와 내년 중국의 성장률이 3.7%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페티스 교수 역시 앞으로 몇 년간 중국의 성장률이 3~4%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경고해왔다. 이에 따라 중국경제가 일본경제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한국경제는 중국경제보다 훨씬 빨리 일본경제와 유사한 패턴에 진입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중국경제가 흔들린다면 한국·중국·일본 경제의 이런 동조화 현상은 더욱 빨리, 그리고 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 성장률 완만한 둔화…차이나리스크는 경계해야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중국의 향후 성장률이 완만한 속도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모두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6.8%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이보다는 낮지만 대부분 6.5% 이상의 성장률을 예상했다. 9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실시한 글로벌 펀드 매니저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0% 가량은 중국의 성장률이 2018년에 4.1~5%까지 완만히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중국이 과잉 투자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경기가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아직 경기 대응을 위한 중국 정부의 정책수단이 유효하지만, 경착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韓, 中보다 더 안 좋아…中 5년 내 최대경쟁국

한국은 이미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LG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0~2014년 3.6%에 이어 2015~2019년 2.5%, 2020~2030년 1.7%로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유미 BN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성장률은 “인구구조 변화와 취업구조 변화 등에 따라 1990년대 이후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잠재성장률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면, 중국은 일본을 따라가더라도 훨씬 더 늦게 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중국이 좀 더 오랫동안 어느정도의 성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로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미 상당수 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추월당한 한국의 처지는 중국보다 훨씬 더 비관적이다.

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은 과거에 중간재를 수입해 최종재로 수출하는 가치 사슬을 구축했다면, 이제는 자체적으로 부품을 조달하고 있어 과거처럼 최종재 생산에 있어 한국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대중국 수출이 가공형 수출구조인 한국으로서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에서의 중국 특수는 2012년에 이미 종료됐다”며 “대중투자의 정점도 이미 2007년에 통과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의 주력 산업에서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차 부문은 중국보다 상대적 경쟁 우위를 갖고 있으나 조선, 석유화학, 통신기기, 가전, 디스플레이 분야는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베이징지원장은 앞으로 5년 내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산업에서 중국이 최대 경쟁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성장 둔화 위험과 더불어 한국의 성장 동인이 약화하는 것은 한국의 최대 위험 요인이다.

◇ 그래도 돌파구는 있다…경쟁력·유연성 강화해야

그럼에도, 중국발 위험과 한국의 저성장 우려에 해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소비가 여전히 10%씩 성장하고, 성장률이 세계 평균의 두 배 이상을 웃도는 성장 국가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현 위기를 경계하되 위기에서 기회를 찾을 것을 조언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내수 시장 크기가 작아 수출의 끈을 놓을 수 없다며, 결국 수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혁신적이고 매력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면 법과 규제를 통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며, 기존 규범이 발목을 잡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배 연구위원은 조언했다.

한국은 수출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이문형 베이징지원장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철저한 현지화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낮추고, 아무도 못 만드는 것을 만들어내는 완전한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의료, 헬스케어, 의약 등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중국과의 전략적 제휴를 강화해 판매망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거시 안정성과 유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거시경제 안정을 유지하고, 금융건전성을 제고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율의 신축성을 유지하고, 재정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예상치 못한 충격에는 통화정책으로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부실기업 정리를 촉진하고, 가계부채 급증을 통제하는 동시에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하고,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구조개혁을 추진해 유연성을 제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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