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조국의 소중함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뿐”

“젊은이들 조국의 소중함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뿐”

입력 2015-08-13 09:35
수정 2015-08-1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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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유일한 위안부피해 이옥선 할머니 수술비 아껴 장학금 기탁

“나는 광복 때 다시 태어난 거야. 나라만 빼앗기지 않았어도 내 인생이 이렇게 망가지지는 않았을테니까”

충북 보은 속리산 기슭서 외롭게 노년을 보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7) 할머니는 광복 70주년을 맞는 감회가 남다르다. 일본군의 총칼 앞에 처참하게 유린당한 열여섯 소녀는 어느덧 백발노인이 됐지만, 기억회로만큼은 70년 전의 공포 속에 여전히 멎어 있다.

대구가 고향인 이 할머니는 1924년 일본군한테 끌려가 중국에서 2년 넘게 생지옥 같은 위안부 생활을 했다. 광복과 더불어 꿈에 그리던 조국에 돌아왔지만,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고향에 돌아갈 수 없었던 그녀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속리산에 흘러들어 남의 집 허드렛일을 도우면서 끼니를 때웠다.

서른을 훌쩍 넘기고 나서야 가난한 홀아비를 만나 평범한 여자의 삶을 꿈꾼 것도 잠시. 병약했던 남편이 일찍 세상을 뜨면서 그녀는 또다시 혼자 남겨졌다.

노점상과 날품팔이로 생계를 꾸리는 고단한 삶이 되풀이됐지만, 정 붙일 곳 없던 그녀는 매일 아침 대문 앞에 태극기를 내걸고 부국강병을 기원하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랬다.

비록 자신의 몸조차 지켜주지 못한 조국이지만, 힘차게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고 있으면 두려움이 사라지고 가족 같은 든든함이 느껴졌다고 한다.

그 무렵부터 그녀는 쌈짓돈을 모으면서 장학사업을 구상했다.

부강한 나라를 만들 인재육성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정부에서 주는 기초생활수급금과 위안부 생활안정지원금을 받아 어렵게 생활하는 처지지만, 그녀는 2010년 마침내 2천만원이나 되는 큰 돈을 보은군민장학회에 내놨다.

고질병인 관절염 치료비까지 아껴가면서 억척스럽게 모은 천금 같은 돈이다.

그녀는 “면사무소나 복지관에서 쌀과 반찬을 배달해주고 병원도 공짜로 보내주니 늙은이 혼자 딱히 돈을 쓸 곳이 없다”며 “생을 마감할 때는 남은 것도 모두 장학회에 내놓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요즘 관절염이 악화돼 전동스쿠터 없이는 바깥출입조차 힘든 상황이다.

그런 그녀가 지난 11일에는 큰 맘 먹고 청주 나들이에 나섰다.

충북여성단체협의회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세운 청주 배티공원에 세운 ‘여성인권수호 기원상’ 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할머니는 “행사장에 가보니 충북에서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가 나 뿐이라는 현실에 가슴이 먹먹해졌다”며 “가슴 속 응어리를 풀지 못하고 허무하게 세상을 등진 한을 풀려면 일본 정부가 서둘러 스스로의 만행을 인정하고 피해자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녀는 틈날 때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집에서 멀지 않은 암자에 찾아가 나라를 위한 기도를 한다.

그녀는 “나라 없는 설움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조국’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크고 든든한지 잘 알지 못한다”며 “그러다보니 나라의 가치와 소중함까지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젊은 세대를 향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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