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집단행동에 정부 ‘후퇴’ 악순환
과거 선례 반복하면 의료개혁 무산
민간인 환자에게 개방한 군병원 응급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하면서 정부가 군 병원 12곳의 응급실을 민간인에게 개방한 20일 오후 경북 포항에 있는 해군포항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민간인 환자가 올 것에 대비해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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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병원 응급의료체계의 핵심 역할을 하는 전공의들이 대거 환자 곁을 떠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제 주장을 앞세우며 환자를 내팽개친 전공의들을 어느 국민이 이해하겠나. 정부는 전공의 이탈 장기화에 대비해 군병원과 공공의료기관 활용, 비대면 진료 확대, 진료보조(PA) 간호사 활용 등을 내놨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할수록 애꿎은 환자들의 피해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국민 75%가 찬성하는 의대 증원 여론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배경엔 학습효과가 자리해 있다.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파업에서 의사들은 의약분업은 못 막았지만 의대 정원을 10% 감축하고 수가를 대폭 올리는 요구 사항은 관철했다. 이후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동결돼 왔다. 2020년에 정부가 의대 정원을 400명 늘리려 했으나 전공의 70%가 한 달가량 파업을 이어 갔고, 코로나19로 환자 피해가 속출하면서 손을 들었다. 당시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전공의와 전임의들을 고발했으나 의료계 요청에 밀려 결국 취하했다. 이런 선례가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의사들의 비뚤어진 인식을 낳았고 국민을 볼모 삼은 집단행동을 주저하지 않게 만들었다.
정부가 2020년 선례를 반복하면 의료개혁은 물건너간다. 의대 정원을 늘리지 못한 폐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떠안게 되고, 의사들의 특권의식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정부는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에 대해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적어도 환자 곁을 떠난 의사들에게 예전과 같은 선처는 결코 없다는 인식을 심어 줘야 한다. 끝까지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는 반드시 제재한다는 원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고통스럽지만 그게 환자를 위하는 길이고 의료개혁을 염원하는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길이다.
2024-02-2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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