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와 너트, 세상을 만든 작지만 위대한 것들의 과학/로마 아그라왈 지음/우아영 옮김/어크로스/320쪽/1만 8000원
과학 베스트셀러 ‘빌트’를 쓴 여성 구조공학자 로마 아그라왈은 인류의 삶을 뒤바꾼 혁신적인 물건으로 못, 바퀴, 스프링, 자석, 렌즈, 끈, 펌프 등 7가지 발명품을 지목한다. 저자는 거대한 빌딩과 다리, 우주선 같은 복잡한 구조물을 작동시키는 건 작고 단순한 사물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어릴 때부터 물건을 분해해 내부 구조를 깨치는 데 타고난 저자가 영국 런던의 랜드마크인 높이 309.6m의 서유럽 최고층 빌딩 ‘더 샤드’를 설계한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책은 일상에서도 친숙한 7가지 사물이 현대 공학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펼쳐 보인다.
둥근 머리와 뾰족한 끝을 가진 단순한 구조의 ‘못’은 진화를 거듭했다. 고정력을 높이기 위해 나사가 파인 나사못과 양쪽에서 체결이 가능한 리벳으로, 나사와 리벳이 합쳐진 볼트로 그 모양을 바꿔 가며 놀라운 쓰임을 만들어 냈다.
저자는 남성 중심의 서구 과학계가 주목하지 않았던 여성 엔지니어와 ‘텔레비전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일본의 발명가 다카야나기 겐지로 같은 아시아 과학자들의 활약을 조명한다. 설거지에 문외한이었던 남성 엔지니어들이 번번이 실패했던 식기세척기의 원형을 만든 미국 여성 조지핀 코크런은 가사노동의 혁신을 일으켰지만 사후에야 그 업적을 인정받았다.
저자는 혁신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만드는 사람들, 필요로 하고 사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때로 무심코 기여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 왔다고 말이다.
2024-01-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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