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동훈 비대위, 중도 아우르는 혁신 면모 보이길

[사설] 한동훈 비대위, 중도 아우르는 혁신 면모 보이길

입력 2023-12-22 01:45
수정 2023-12-22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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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결집 넘어 청년·중도 포용 과제
과감한 인물 발탁으로 ‘영남당’ 벗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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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한동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0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출석을 위해 국회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총선 정국을 이끌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하고 장관직을 사임했다.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해 온 국민의힘은 어제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공식 지명하고 다음주 ‘한동훈 비대위’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지난 13일 김기현 전 대표가 사퇴한 지 8일 만이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법무부 수장으로서 한 전 장관은 지난 1년 반 동안 여권 내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스타 장관’이었다. 21년 강골 검사의 꼿꼿한 이미지에 순발력 있는 언술 등이 ‘스마트 보수’의 새 간판으로 주목될 만했다. 최근의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거의 턱밑까지 쫓아갔다. 오랜 지지율 침체와 당 지휘 체계의 혼돈이 겹친 여당을 추슬러 총선을 준비하는 데 그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쏠렸다. 여당의 원로들도 “남은 배 12척을 맡겨 보자”며 비대위원장 추대를 지지했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고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이제 기대의 공은 한 전 장관에게 넘어갔다. 일개 부처의 장관이 아니라 총선이 초읽기에 들어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집권당의 당 대표 역할을 해내야 한다. 새롭게 출범할 비대위는 당 안팎에서 요구되는 혁신을 확인시켜야 하는 난제들이 눈앞에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수직적 당정 관계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기대만큼이나 우려가 크다. 윤 대통령과 오랜 검찰 선후배인 한 장관의 비대위가 ‘용산 직할 조직’이 되지 않을지 의심을 불식시키는 과제부터 무겁다. 흩어진 보수지지층을 결집하면서도 20·30 청년층과 중도층을 두루 확장하는 두 마리 토끼도 잡아야 한다. 비대위원장은 공천관리위원장 선임 권한과 공천 최종 결재권을 가졌다. 정치 신인의 참신한 시각으로 신선한 인물 발탁에 혼신의 힘을 쏟아야만 등 돌린 중도층을 설득해 영남당 이미지의 한계를 벗을 수 있다. 총선 공천 말고도 이준석 신당 등 당장 당 안팎으로 풀어야 할 현안도 한둘이 아니다.

전도유망한 정치 신인이었으나 이제부터 한 전 장관은 가차 없이 냉혹한 성적표를 받아야 하는 자리에 섰다. 집권 1년 7개월 동안 여당의 비대위 체제는 이번이 세 번째다. 이 상황을 정상으로 볼 수가 없는 국민의 답답한 심정을 헤아린다면 뼈를 깎는 쇄신 의지를 반드시 증명해 보여야 한다. 비대위의 성패가 내년 총선의 명운을 가른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2023-12-2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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