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일정 “맞다”고 했다가 “간담회 참석뒤 폭우현장” 말바꿔
두 달 전 구청장 업무 일정 확인에 나흘 걸려
두 차례 업무일정 공개 중 두 번째엔 특정 일정 삭제
거짓 업무일정 숨기려던 정황 의혹
이순희 서울 강북구청장
25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강북구는 이 구청장의 업무추진비 법인카드 결제 기록과 업무일정 동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최초엔 ‘공개한 업무일정 동선이 맞다’고 했다가 이후 ‘법카를 긁은 간담회 뒤에 폭우 현장에 간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강북구는 서울신문이 지난 18일 사실확인을 요청하자 20일에서야 구두로 “(구청장의) 8일 일정은 맞다. 9일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 중”이라고 했다. 업무일지에 따르면 이 구청장은 8일 오후 8시 강북구 우이천을 방문한 것으로 기록됐지만,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서는 10분 뒤인 오후 8시 10분 우이천에서 1.1㎞ 가량 떨어진 A한식집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해 16만 3000원을 결제했다. 마찬가지로 9일 업무일지에는 오후 8시 30분 인수천(우이동 숲속문화마을)을 찾았다고 기록됐고,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서는 약 20분 뒤인 오후 8시 49분에 차로 20분 거리(약 6.5㎞)의 B고깃집에서 41만 9000원을 썼다.
서울신문이 확보한 이순희 강북구청장 동선·업무일지.
그럼에도 폭우 당시 이 구청장의 행보에는 의구심이 남는다. 불과 두 달 전의 구청장 일정 확인을 하는데 나흘이 소요됐고, 그 마저도 해명이 한 차례 바뀌었기 때문이다. 폭우 현장에서 구청장이 얼마나 머물러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강북구가 구청장의 거짓 업무일정을 숨기려고 한 정황도 포착됐다. 서울신문은 지난달 폭우가 쏟아졌을 당시인 8월 8~10일 구청장의 업무일지를 9월에 확보한 뒤, 이달 초 정보공개를 통해 강북구로부터 구청장의 8월 전체 업무일지를 추가로 받았다. 그런
서울신문의 강북구청장 동선 관련 의혹에 대한 강북구의 설명자료.
강북구는 이에 대해 “수해 당시 18시 이후의 (음식점 방문 등 실제) 일정 기록은 비서실의 기본일정표에 없는 것이고, 따라서 (실제) 구청장 동선 기록과 (정보공개 상) 기본일정 기록은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다. 두 차례 정보공개를 통해 내놓은 일정에서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과 겹치는 특정 일정만 삭제됐음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은 셈이다. 더욱이 강북구는 “구청장 등 현장 직원들의 노고로 재난대응을 할 수 있었다. 강북구의 노력에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구청장의 동선을 확인하자 오히려 ‘노력을 오해한다’는 식으로 호도하고 있는 셈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개될 경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거나 형사피고인의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등의 사유를 제외하고는 정보공개를 하도록 돼 있다. 강북구청장의 폭우현장 방문 일정은 이 같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강북구가 법률에 어긋난 자의적 판단으로 구청장 일정을 정보공개에서 누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보공개법은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보공개에 대해 필요할 경우 공공기관 장에게 정보공개 처리 실태의 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는 “8월 8~10일과 8월 전체에 대한 두 업무일지 모두 구청의 공식문서인데, 비서실의 기본일정표와 구청장의 실제 일정이 다르다는 해명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의 감사가 필요한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