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정조회장 “총리 돼도 야스쿠니 참배 계속할 것”
아베 적극 지원 극우인사...‘평화헌법’ 개정 등 앞장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선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 도쿄 AP 연합뉴스
다카이치 정조회장은 지난 19일 자신이 차기 총리가 되더라도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의 위패가 안치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날 도쿄도에서 열린 ‘야스쿠니 신사 숭경봉찬회’라는 극우단체 주관 심포지엄 강연에서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한국, 중국 등 주변국 반발을 겨냥, “(우리가) 야스쿠니 참배를 중간에 그만두는 등 어정쩡하게 하니까 상대가 기어오르는(つけ上がる) 것”이라고 말했다. ‘つけ上がる’라는 일본어 동사는 ‘상대방이 점잖거나 잘해주는 것을 악용해 버릇없이 굴다’, 즉 우리말 속된 표현으로 ‘기어오르다’라는 의미를 갖는 말이다.
그는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주권 국가의 대표자로서 선인에게 존숭(존경·숭배)의 마음을 갖고 감사의 정성을 바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당연한 것을 계속 해나가면 주변(한국 등 관련국)이 점점 바보같이 되어 불평을 그만두게 되지 않을까 낙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망언을 이어갔다.
강연에 나온 ‘참배를 중간에 그만두었다’는 부분은 고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아베 전 총리 등이 야스쿠니 직접 참배를 감행했다가 국내외 반발이 거세지자 이후에는 공물만 바치는 정도로 후퇴했던 사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계를 대표하는 극우 역사 수정주의 정치인인 다카이치 정조회장은 과거 총무상 시절에도 야스쿠니 신사 제례 등에 맞춰 직접 참배를 계속했던 인물이다.
일본 여야 의원들이 7일 2년 2개월 만에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집단 참배했다. 사진은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의 오쓰지 히데히사(왼쪽 두 번째)를 비롯한 회원들이 참배를 위해 걸어가는 모습.
도쿄 교도 연합뉴스
도쿄 교도 연합뉴스
전범기 두르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하는 일본인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 75주년인 15일 전범기를 두른 한 남성이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기 위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도쿄 로이터 연합뉴스
나라현을 기반으로 하는 9선의 다카이치 정조회장은 자위대(군대) 보유 명기 등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바꾸기 위한 ‘평화헌법 9조 개정’의 개헌을 주창해 왔다. 방송 캐스터 출신으로 아베 내각에서 4년 반에 걸쳐 총무상을 지냈다.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한 것은 물론이고 일본군 위안부 만행에 대한 왜곡 발언도 계속해 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이 지난 17일 일본 도쿄도(東京都) 소재 자민당 본부에서 총재 선거 출마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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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정조회장은 당의 정책과 법안을 총괄하는 자리다.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 자신과 이념 성향이 맞는 다카이치를 적극적으로 밀었던 아베는 기시다가 선거에서 승리하자 그에게 압력을 가해 다카이치를 당 2인자인 간사장 자리에 앉히려고 했지만, 기시다의 거부로 실패했다. 이 일은 아베와 기시다의 사이가 냉랭해지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