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이성계 어진마저 “한복 중국 것 증거”라는 중국 [클로저]

태조 이성계 어진마저 “한복 중국 것 증거”라는 중국 [클로저]

강민혜 기자
입력 2022-02-20 11:12
수정 2022-02-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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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한국 가수 한복 콘셉트에 화가 났을까

개회식 한복 등장 논란 이후 ‘적반하장’ 중국
어진부터 국내 가수 의상까지 ‘황당 왜곡’
태조 어진. 국가문화유산포털.
태조 어진. 국가문화유산포털.
‘한복 공정’에 뿔난 국내 분위기를 두고 중국이 적반하장식 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곤룡포 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드시나요. 사극에 등장하는 왕이 입은 붉은 곤룡포가 떠오르시나요. 혹은 세자가 입고 있는 어두운 푸른색(아청색)의 청룡포가 떠오르시나요. 흑색에 가까운 곤룡포를 입고 ‘대취타’에 맞춰 연기하는 그룹 방탄소년단의 슈가가 떠오르실까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모든 곤룡포, 다 우리 것이 맞습니다. 다만 시기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죠. 또한 왕이 아청색이나 흑색 곤룡포를 입은 것은, 영화적 허용일 뿐 실제 역사와는 다소 다릅니다. 조선 왕이 일상복으로 입던 곤룡포는 붉은색이 정설이죠.

세자 시절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딱 한 명, 다른 색의 곤룡포를 입고 어진에 남겨진 이가 있습니다. 바로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중국이 황당한 주장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이젠 태조 이성계 어진을 두고 “한복이 자신들의 것”이었다는 주장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청색 곤룡포를 콘셉트로 삼은 국내 가수를 향해 공격도 합니다. “개량된 한푸”라는 황당한 주장입니다. 모두 다 중국의 것이라는 명백한 역사 왜곡 내용입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동계베이징올림픽 개회식 이후 한중 수교 30주년에도 불구, 양국간의 ‘역린’이 되어버린 한복 때문에 중국 내 일각에서 무리한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입니다. 개회식에 등장한 조선족을 맡은 배우가 입은 한복 탓에 국내 여론은 ‘한복 공정’이 아니냐며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이전부터 중국이 한국 고대사, 나아가 문화까지 손을 뻗쳐 자국의 것으로 흡수하려 시도 중이기 때문입니다.

뿔난 국내 여론은 중국에도 전해졌고, 이들은 한국의 여론에 되레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는데요. 소수민족 대상 흡수 정책 탓입니다. 중국은 대다수를 이룬 한족과 55개 소수 민족으로 구성됐는데요. 이 밖에도 중국에서 공인하지 않은 극소수 민족도 많습니다.

이들 중 한 곳이라도 독립을 시도한다면 중국으로선 당혹스럽겠죠. 이 때문에 동북아 전문가들은 중국이 동북공정뿐 아니라 소프트파워를 활용, 자꾸만 자신들의 역사를 왜곡할 만한 문화 기록을 남긴다고 지적합니다.

어쩐 일인지 이번엔 태조 이성계 어진이 그들이 자국 논리를 합리화하는데 쓰이고 있습니다. 복수의 중국 인터넷 에디터들이 태조 이성계 어진은 중국의 한복이 한국에 간 증거라는 왜곡 주장을 담은 글을 내놓고 있죠.

태조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한 왕이라는 것쯤은 아실 겁니다. 현재 모셔져 있는 그의 어진 속 곤룡포 색상은 혹시 기억하십니까. 남아 있는 조선 시대 왕들의 어진 속 곤룡포가 붉은색인 것과 달리 그의 곤룡포는 청색입니다. 이는 새로 세운 왕조의 독립성을 천명하기 위한 상징이 짙은데요. 

조선 숙종 때에도 왜 태조께서 청색 곤룡포를 입고 계신 건지 호기심이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 숙종이 신하들에게 물은 기록이 있죠. 나름의 결론을 내린 것은 고려 시대 당시 숭상하던 색상이 청색이었다는 점입니다. 고려 시대에 숭상하던 색상이 청색이니 역성혁명을 일으킨 왕이지만 그 문화는 남아 색상을 활용했을 거란 추측인데요.

그런데 이성계가 고려를 건국한 왕건과 달리 고려 왕족들을 철저하게 없애려 한 것을 생각하면 다소 아이러니죠. 그에 반면, 그 숭상하던 고귀한 색상 문화는 수용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당시 스스로 황제의 나라라고 내세우던 중국과 달리 청색을 내세워 독자성을 세우려고 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한 조선이 동쪽에 있는 나라이니 동쪽을 상징하는 색상인 청색을 골랐을 거란 해석입니다.

어떤 해석이든, 중국 일각에서 주장하는 태조 이성계 어진이 자신들 중국에서 유래한 한복의 증거라는 주장은 다소 어폐가 있습니다. 물론 명나라와 사대관계를 맺은 후대의 왕에 와서는 붉은 곤룡포를 입습니다. 그 땐 명나라가 조선에 붉은색을 지정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태조 이성계의 청룡포가 중국의 유산이라는 건 어떤 해석을 봐도 말이 안 되는 주장인 셈입니다. 심지어 역사 속 자신들의 옷과 다르니 “중국의 개량 한푸”라는 말을 붙인 겁니다. 

‘오자탈주(惡紫奪朱)’. 자주색이 붉은색을 빼앗는다는 뜻입니다. 가짜가 진짜를 내몰았다는 말이죠. 거짓된 것이 참된 것을 욕보인다는 뜻도 됩니다. 더는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되겠죠. 가짜가 진짜의 자리를 차지하지 않도록 우리 역시 부단히 기록해야 하겠습니다.
가수 청하가 지난달 공개한 2022 시즌그리팅 영상. 인스타그램,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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