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득한 태고의 풍경… 추상화의 화려한 변주

아득한 태고의 풍경… 추상화의 화려한 변주

김정화 기자
입력 2022-01-26 17:32
수정 2022-01-2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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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도스를 찾아서’ 7인展
이봉상·류경채·강용운·이상욱 등
한국적 정신세계 담은 작가 조명
반추상·기하학 등 다양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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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술계에서 한국의 단색화가 주목받고 있지만 서울 종로구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에이도스를 찾아서: 한국 추상화가 7인’ 전에서는 단색화와는 또 다른 추상회화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이봉상의 ‘미분화시대 이후 2’. 학고재갤러리 제공
세계 미술계에서 한국의 단색화가 주목받고 있지만 서울 종로구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에이도스를 찾아서: 한국 추상화가 7인’ 전에서는 단색화와는 또 다른 추상회화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이봉상의 ‘미분화시대 이후 2’.
학고재갤러리 제공
캔버스에 펼쳐진 건 정체를 알 수 없는 크고 작은 방들. 주머니 같기도, 열매의 절단면 같기도, 인간의 세포를 형상화한 것 같기도 하다.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지만 자연스레 퍼지는 빛깔과 모형 앞에서 관람객은 떠올린다. 인간이라는 구체적인 종(種)으로 분화하기 전 아득한 태고의 풍경이 이럴까 하고. 이봉상(1916~1970)의 작품 ‘미분화시대 이후 2’다.

서울 종로구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에이도스(eidos)를 찾아서: 한국 추상화가 7인’ 전은 추상회화에 한국적인 정신세계를 담아낸 작가들을 재조명한다. ‘에이도스’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서 본질을 뜻하는 말이다. 전시에서는 이봉상을 포함해 류경채(1920~1995), 강용운(1921~2006), 이상욱(1923~1988), 천병근(1928~1987), 하인두(1930~1989), 이남규(1931~1993) 등 1920~1930년대 출생 작가 7명의 작품 57점을 선보인다. ‘해방 1세대’ 작가인 이들은 전후 서구로부터 유입된 추상회화의 거센 파고 속에서 한국적 양식을 보여 줬다는 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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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술계에서 한국의 단색화가 주목받고 있지만 서울 종로구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에이도스를 찾아서: 한국 추상화가 7인’ 전에서는 단색화와는 또 다른 추상회화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류경채의 ‘계절(세파)’. 학고재갤러리 제공
세계 미술계에서 한국의 단색화가 주목받고 있지만 서울 종로구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에이도스를 찾아서: 한국 추상화가 7인’ 전에서는 단색화와는 또 다른 추상회화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류경채의 ‘계절(세파)’.
학고재갤러리 제공
이들은 김환기, 유영국, 남관 등 한국 추상회화 선구자의 뒤를 잇는데, 단색화 작가군과는 또 다른 경향을 갖는다는 점이 독특하다. ‘반추상’ 방식으로 자연을 표현하고(이봉상), 기하학적 무늬와 굵은 붓자국으로 추상을 구현하고(이상욱), 초현실주의 조형 양식을 실천한다(천병근). 한국 전통 미술과 불교적 세계관을 드러내거나(하인두),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생명과 우주의 질서를 담아내기도 한다(이남규). 호남 추상미술을 개척하며 야수파적 색채를 선보인 작품(강용운)과 서정적 느낌을 주는 작품(류경채)까지, 전시는 추상회화의 세계도 이렇게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전시를 기획한 김복기 경기대 교수는 “전 세계 미술계에서 한국의 단색화는 큰 관심 대상”이라며 “앞으로 국제 미술계에서 단색화 이외에 어떤 것을 선보일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고, 우리 추상회화의 근원을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지하 1층에선 작가들의 아카이브 섹션도 마련했다. 생전 기록과 상호 교류, 전시 활동 등을 살펴볼 수 있다.





2022-01-2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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