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로드킬의 계절
11월 로드킬 급증 시기… 올해 1만건 발생6년 동안 10만 마리 차에 치여… 고라니 절반
세종·충청, 로드킬 사고 다발 구간 1등급 최다
경적(0), 상향등(X)… 신고만, 직접 치워선 안돼
운전자들 트라우마… ‘플래시백’ 증상 치료 필요
충북 제천시 인근 중앙고속도로에 로드킬된 고라니 사체 모습. 한국도로공사 제공
도로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로드킬 당할뻔한 새끼 고라니(빨간원) 모습. 세종시 온라인커뮤니티 블랙박스 영상 캡처
도로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로드킬 당할뻔한 새끼 고라니 모습. 세종시 온라인커뮤니티 블랙박스 영상 캡처
10월 로드킬 사고건수 올들어 최다
오후 7시~다음날 6시 특히 주의
도로를 건너던 야생동물들이 차량에 부딪혀 다치거나 죽는 동물 찻길 사고인 로드킬의 계절이 도래했다.
25일 국립생태원 로드킬 정보시스템,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전국 도로에서 차에 치인 동물은 10만 마리에 이르렀다. 한해 평균 1만 6500마리가 로드킬을 당한 셈이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1만여건의 로드킬이 발생한 가운데 10월 로드킬 사고 건수(1255건)는 올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송의근 국립생태원 전임연구원은 “봄철 먹이활동과 새끼 고라니 분가 시기인 5~6월에 가장 많고 너구리, 오소리, 족제비 등이 독립하는 10~11월에 로드킬이 다시 급증한다”면서 “대개 야행성이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드킬 피해가 가장 큰 동물은 ‘고라니’로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2년간 로드킬 된 고라니 수는 2만 마리에 이른다.
이어 고양이(7700마리), 너구리(3100마리), 개(1700마리), 노루(1200마리), 멧돼지(480마리), 기타(3900마리) 순으로 많았다.
송 연구원은 “신고는 실제 발생 건수의 10분의1 수준으로 민자고속도로 등 누락된 것들을 포함하면 연간 20만건 이상 로드킬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야생동물 전용 생태통로와 유도울타리를 지속 설치하는 한편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한 각 기관의 정확한 정보수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라니, 고양이 등 로드킬 당한 다양한 동물들. 국립생태원 제공
야생동물의 고속도로 침입을 막는 유도 울타리가 설치된 모습. 한국도로공사 제공
야생동물의 이동을 돕는 구조물인 생태 통로(충북 영동군 추풍령 생태통로). 한국도로공사 제공
“로드킬 발견시 신고 후 그냥 가세요”충남에서는 올해부터 통신사 길안내 앱(T맵)을 통해 음성 인식만으로 로드킬 신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로드킬은 피할 틈 없이 순식간에 일어날 때가 많지만 조금만 주의하면 예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도로에서 동물을 발견하면 경적을 울려 피하게끔 하되 상향등은 켜지 말라고 당부했다. 장거리를 비추는 상향등은 동물의 시력 장애를 유발해 동물이 그대로 서 버리게 하거나 반대로 빛을 보고 달려들게 할 수 있다. 야생동물 주의표지판을 봤다면 속도를 줄여야 한다.
중앙선에 가까운 차선(1차선)에서 달리는 게 로드킬에서 더 안전하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송 연구원은 “로드킬 사례 분석 결과 동물들은 도로 양쪽에서 튀어나올 수 있고 도로에 뛰어든 뒤 중앙분리대를 만나면 넘어서지 못하고 멈춰서거나 1차로를 따라 달리는 경우들도 있어 차선 위치와 상관 없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LED) 로드킬 주의표지판. 국토교통부 제공
로드킬 당한 동물을 발견했다면 2차 사고 우려가 있으므로 직접 치우지 말고 신고부터 해야 한다. 사체 처리를 전담하는 로드킬 조사원들이 도착하면 차량 통제 후 안전하게 처리한다.
고속도로에서는 정차·하차를 할 수 없는 만큼 갓길이나 중앙분리대에 200m 간격으로 있는 이정표지판을 확인한 뒤 도로공사 콜센터(1588-2504)로 신고하면 된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고속도로의 경우 로드킬 동물 처리를 위해 차에서 내릴 경우 2차 사고 위험이 매우 큰데다 운전자가 동물의 돌발 행동에 다칠 수도 있다”면서 “수시로 순찰반이 점검을 하기 때문에 절대 직접 처리하지 말고 신고만 하고 이동하면 된다”고 말했다.
충북 제천시 인근 중앙고속도로에 로드킬된 고라니 사체 모습. 한국도로공사 제공
‘플래시백’ 트라우마 즉각 치료해야 로드킬은 뜻밖의 가해자가 된 운전자들에게도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일으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로드킬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글들이 종종 올라온다.
세종시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중형급 트럭에 치인 고라니 두 마리가 두 동강이 났는데 헐떡이는 눈과 마주쳐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글이 올라왔다.
로드킬 사고 직전 블랙박스 영상을 올린 또다른 네티즌도 “새끼 고라니를 로드킬 할 뻔했는데 너무 놀라 심장이 두근거리고 눈물까지 났다”고 전했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과거보다 동물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애착도가 높아지면서 사고를 경험하면 측은지심, 죄책감과 함께 사람을 친 것과 비슷한 수준의 PTSD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악몽에 시달리거나 사고 장면이 생생하게 자꾸 떠오르는 ‘플래시백’(flashback) 증상은 만성화되면 운전 기피 등 생활에 어려움을 줄 수 있으므로 즉시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세종에서 한 승용차가 새끼 고라니(빨간원)를 로드킬하고 간 직후의 모습. 지나던 다른 차량의 운전자가 신고하고 당시 살아 있는 고라니를 갓길로 옮겨줬으나 끝내 폐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시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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