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지구 자전의 나비효과/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홍태경의 지구 이야기] 지구 자전의 나비효과/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입력 2021-11-01 20:10
수정 2021-11-02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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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으로 판단되는 규모 5.9 지진이 지난달 7일 도쿄 지하 80㎞에서 발생했다. 규모 7의 도쿄 도심 하부 직하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황 속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으로 일본 정부의 긴장감도 더욱 높아졌다.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초대형 지진은 지진 유발뿐 아니라 지구 환경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런 초대형 지진은 지구의 자전에도 변화를 일으킨다. 초대형 지진이 발생하면, 섭입 지각판이 한순간에 지구 중심 방향으로 이동하며 지구 내부의 질량 분포가 바뀌기 때문이다. 이런 지구 자전의 변화는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지구 자전 속도와 자전축의 변화로 하루 길이가 변하고, 태양으로부터 받는 복사에너지양에도 변화가 생긴다. 태양 복사에너지 변화는 기후 변화로 연결되고, 생명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천체 운동으로 인한 지구 자전 변화 효과는 초대형 지진에 의해 만들어지는 지구 자전 변화 효과보다 더욱 강력하다. 지구 자전에 영향을 끼치는 천체운동에는 지구 공전 궤도의 편심률의 변화, 지구 자전축 기울기 변화, 세차 운동이 있다. 이들은 각각 2만 3000년에서 41만년에 이르는 고유 주기를 가지고 있다. 지구의 과거 빙하기와 간빙기의 시기가 이 천체 운동 주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지구상에서 관측되는 빙하기와 간빙기 시기는 이런 천체 운동으로 모두 설명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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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지구의 초대륙 분리와 이동도 지구 자전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7억 5000만년 전 초대륙 로디니아의 분리와 3억 5000만년 전 초대륙 판게아의 분리 시기가 빙하기와 일치한다. 초대륙의 분리와 충돌은 지구 내부의 맨틀 대류와 연관 지어 볼 수 있다. 맨틀 대류 방향과 위치는 시간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지표에서 나타나는 지각판의 운동도 그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지구 표면의 지각판 분포가 바뀜은 물론이다. 지각판의 충돌 결과 초대형 지진이 발생하며, 지구자전에 또다시 영향을 준다.

지구 역사 속 지구 자전축 변화 흔적은 지구 내부 곳곳에 남아 있다. 내핵에도 특별한 흔적이 있다. 고체 상태의 내핵은 철과 니켈이 주요 구성 성분이다. 내핵의 외곽 부분에선 광물의 정렬 방향이 현재의 지구자전축 방향과 거의 유사한 데 반해 내핵의 내부는 지구 자전축 방향과 다른 특징을 보인다. 이는 지구 생성 초기 지구 자전과 내핵의 운동에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현재 지구는 과거 수많은 일들의 원인과 결과가 사슬처럼 연결된 결과물이다. 지구는 거대한 시스템으로 모든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고 끊임없이 연동하며 변화하고 있다. 하나의 작은 변화는 시스템 내 여러 요소에 영향을 미친다.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일이 원인이 돼 예기치 않은 결과가 만들어지곤 한다. 이 결과는 또 다른 일들의 원인으로 연쇄적으로 작동되기도 한다.

최근 들어 지구란 거대 시스템에 인간이 중요 변수로 더해졌다. 인간 활동으로 유발되는 온난화의 끝은 짐작하기 어렵다. 온난화로 강해진 엘니뇨와 극지역 빙하 감소, 지표 유체양의 증가 현상이 지구에 여러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양한 학문의 세부 분야 간 유기적인 연대와 학문 간 벽을 넘은 통섭을 통한 전체 지구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절실하다.
2021-11-0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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