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세상] “저 좀 태워주실 수 있으세요?” 택시 기사와 청년의 아름다운 동행

[따뜻한 세상] “저 좀 태워주실 수 있으세요?” 택시 기사와 청년의 아름다운 동행

문성호 기자
입력 2021-03-24 09:59
수정 2021-03-2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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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시간, 차비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청년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한 택시 기사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택시운행 경력 15년 차인 김모(54·남)씨입니다.

지난 19일 새벽 4시 30분쯤 배회영업(도로를 주행하며 승객을 태우는 방식) 중이던 김씨는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한 도로에서 20대 청년을 발견했습니다. 청년은 다른 택시 기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앞선 택시가 청년을 태우지 않고 그냥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김씨는 ‘왜 승객을 태우지 않고 그냥 가지?’라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때, 청년이 머뭇거리며 김씨의 택시로 다가왔습니다. 청년은 “일하는 곳에서 아직 돈을 못 받았다”며 “지금 돈이 없는데, 좀 태워주실 수 있느냐”고 어렵게 말했습니다.

청년은 일하는 곳에서 약속 날짜에 월급을 받지 못한 상태이고, 혼자 생활하고 있는 처지라 딱히 부탁할 곳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이날도 새벽에 출근은 해야 하고, 수중에 돈이 없어 난처한 상태였던 겁니다.

딱한 사정을 들은 김씨는 흔쾌히 청년을 독산동에서 12km 떨어진 양평동(서울 영등포구)까지 태워줬습니다. 다짐하듯 반드시 갚겠다는 청년의 말을 뒤로하고 김씨는 다시 일터로 향했습니다.

그날 오후, 청년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기사님 죄송한데… 업체에서 내일 오전에 입금해주시겠다고 하시는데, 정말 죄송하지만 제가 오늘 돈을 마련할 곳이 없어서요. 내일 오전까지 보내드려도 괜찮을까요?”

이에 김씨는 “네. 그렇게 하세요. 괜찮으니 맘 편히 하시고 내일 보내주세요.”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그는 죄송하다는 청년에게 괜찮다고,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다, 라는 위로를 덧붙였습니다.

그날 오후. 청년은 김씨와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김씨는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청년으로부터) 태워주셔서 감사하다, 입금해 드렸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그래서 저는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 나도 고맙다고 답장을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청년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살다 보면 굴곡진 길을 만나고, 언덕길, 내리막길도 만나는데, 그 어떤 어려움도 시간이 지나면 별 게 아니에요. 우리 젊은 손님이 나중에 잘 되면, 다른 분에게 조금씩 베풀 수 있으면 좋고, 무엇보다 힘내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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