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 1년, 자영업을 할퀴다… 대표 상권 가방 매출 분석
신촌 매장 3개월 평균 매출 75만원청담동 패션거리는 7억 5768만원
“재택근무로 돈 아껴 명품 질렀죠”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한 지 1년이 지난 20일 서울신문은 서울 내 주요 상권 5곳의 업종별 매출액을 비교·분석했다. 강북의 대표 상권인 ▲명동 ▲종로1·2·3·4가동 ▲이태원 ▲신촌 등 4곳과 강남 명품거리가 있는 청담동이 그 대상이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의 업종별 분기 매출액을 바탕으로 지역·업종별 매출액 등락을 확인했다. 집합금지·제한업종은 대부분 지역을 가리지 않고 매출액이 반 토막 났지만, 그럼에도 청담동의 일부 업종은 ‘억’ 소리 나는 매출액 상승을 보였다.
아이러니는 가방 매장에서 도드라졌다. 중국 관광객과 대학생이 떠난 신촌 이대역 앞 가방 업종은 지난해 3분기 점포 한 곳당(표본 13개 매장) 매출액이 75만원에 그쳤다.
월평균 매출액이 25만원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액(974만원) 대비 92.2% 줄었다. 가방 가격을 5만원으로 치면 한 달에 가방 5개, 일주일에 가방 1개꼴로 판매한 셈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관광명소인 중구 명동거리 사정도 비슷했다. 지난해 3분기 가방 매장 한 곳당 평균 매출액은 1255만원으로 전년 동기(4572만원) 대비 72.6% 감소했다.
청담동으로 시선을 돌리면 180도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청담동 패션거리와 명품거리를 품은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가방매장 한 곳당 평균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 7억 5768만원에 이른다. 전년 동기(5119만원) 대비 매출액이 14배 가까이 늘었다. 루이비통이나 샤넬 등 고가의 명품 매장이 상권 내에 있어 매출액 규모가 이대 앞이나 명동보다 큰 점을 고려해도 상승 폭을 따지면 설명하기 쉽지 않다. 한 명품 매장 앞에서 만난 시민은 “국외 여행을 못 가는 대신 명품가방을 하나 장만했다”며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재택근무를 하다 보면 돈 쓸 일이 별로 없어 아낀 돈으로 평소 사고 싶었던 명품을 샀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21-01-20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