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굶주린다… 파리·런던 무료급식소 끝없는 줄서기

유럽이 굶주린다… 파리·런던 무료급식소 끝없는 줄서기

김정화 기자
입력 2020-12-29 17:54
수정 2020-12-30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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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국가 빈곤 등 위험 인구 9240만명
구호식품·주거지원 수요 925%나 늘어
英·佛·獨 등 선진국도 식량 문제 심각
코로나發 생산·분배 시스템 개선 시급

“아이들이 배고파 할 때, 먹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설명하는 건 아주 어렵습니다. 자선단체 도움이 없었으면 완전히 궁지에 몰렸을 겁니다.”

영국 런던 동부의 타워 햄릿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다 코로나19 이후 일을 그만둔 여성 패트리샤는 이렇게 말했다. CNN은 28일(현지시간) 코로나19의 팬데믹(전 세계 대유행) 이후 유럽 국가에서도 많은 이들이 패트리샤처럼 직업을 잃거나 기아 위기에 시달린다고 보도했다. 통상 ‘잘산다’고 알려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에서도 배를 곯는 이들이 늘면서 식량 생산과 분배 시스템 전체를 돌아보자는 목소리도 커진다.

사실 유럽 내 식량 위기와 빈곤은 수년째 문제로 지적돼 왔다. 유럽연합(EU)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태트는 지난해 펴낸 보고서에서 EU 국가에서 빈곤이나 사회적 배제의 위험에 처한 인구가 924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1.1%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이런 흐름이 가팔라졌고, 유럽 내 가장 부유하고 사회 안전망이 확실한 국가에서도 기아와 빈곤 우려가 퍼졌다. 빈곤 가정에 구호 식품과 주거, 법률 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영국 자선단체 퍼스트러브 재단은 올해 코로나19 확산 초기 단계에서 수요가 무려 925%나 늘었다고 밝혔다. 영국 최대의 푸드뱅크 트러셀 트러스트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전국에 지원한 긴급 식량은 123만 9399개에 달한다.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은 지난 16일 70여년 역사 만에 처음으로 영국 내 결식 아동을 돕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유니세프는 “지금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라며 런던 남부지역 학교 25곳에 2만 5000파운드(약 3700만원)를 지원한다고 했다. 영국뿐 아니라 유럽 전체의 상황이 비슷하다. 유럽 푸드뱅크 연맹(FEBA)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유럽 국가 내에서 적게는 6%에서 많게는 90%까지 지원 수요가 급증했다.

빈곤 퇴치 관련 단체들은 빈곤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식량 생산과 공급, 분배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프랑스 자선단체 사랑의 식당 대표 파트리스 블랑은 “프랑스에선 식량을 배급받으려고 매일 수백명이 푸드뱅크 앞에 줄을 선다. 빈곤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며 정치·제도권에서 해결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0-12-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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