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역사상 첫 7000만표 돌파
미시간 등 팬데믹 피해 도시 ‘反트럼프’코로나발 우편투표 급증도 공화에 불리
정치 무관심 국민까지 정부 심판에 참여
WSJ “코로나 없었다면 트럼프가 연임”
美우선주의 동조 친트럼프도 4년 새 증가
‘농촌은 여당, 도시는 야당’ 양극화 드러나
“표 도둑질 중단을”… 둘로 나뉜 美
4일(현지시간)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클라크 카운티의 개표소 앞에서 총을 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표) 도둑질을 중단하라”며 항의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로이터 연합뉴스
라스베이거스 로이터 연합뉴스
“모든 투표 집계를”… 둘로 나뉜 美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모든 투표는 집계돼야 한다’며 시위하던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자가 무장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뉴욕 게티/AFP 연합뉴스
뉴욕 게티/AFP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CNN의 중간 집계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이날(한국시간 오후 2시 현재) 7160만표 이상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804만표 이상을 각각 얻었다. 개표가 최종 마무리되면 이들의 최종 득표 수는 더 많아지겠지만, 바이든 후보는 현재 득표만으로도 미 역사상 처음으로 7000만표 이상을 얻은 후보가 된다. 이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2016년 득표 수인 6590만여표보다 500만표를 훌쩍 넘기는 규모다.
바이든에게 몰린 역대 최다 득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실정에 대한 심판론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개표 후반 역전극의 발판이 된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등과 같은 대도시에서의 표 쏠림은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사태로 일상적인 경제활동이 마비됐던 이들 도시 지역이 트럼프 행정부에 얼마나 불만을 가졌는지를 보여 준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급증한 우편투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사기’라는 주장을 해야 할 정도로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우편투표를 포함한 사전투표 열기로 이번 대선은 1900년 이래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바이든의 일방적 승리를 예상한 이른바 ‘랜드사이드’(산사태) 대선은 없었지만, 과거 정치에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 현 행정부 심판에 참여한 결과였다. 미 언론인 다니엘 헤닝거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이번 선거를 ‘코로나 대선’이라고 지칭하며 “코로나 사태가 없는 정상적인 선거였다면 트럼프는 연임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대선 당일인 3일 미국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9만 4467명을, 이튿날에는 역대 최대인 10만 8389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역사적 선거는 팬데믹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는 사이 진행된 것이었다.
이번 선거는 심판론과 더불어 진영 간 양극화가 얼마나 심각해졌는지도 보여 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얻은 6800만표 이상의 득표는 2016년 때(6298만표)보다 많은 규모다.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큰 것만큼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에 동조하게 된 미국인들도 지난 4년 사이 더 늘어났음을 보여 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특히 트럼프는 농업 인구가 많은 남부 ‘선벨트’ 경합지에서 애리조나주를 제외하고 또다시 석권했다. 나이 든 농촌은 여당을, 젊은 도시인들은 야당을 찍는 ‘여촌야도’식 정치 양극화의 전형을 보여 준 셈이다.
더불어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선거 결과와 별개로 바이든 캠프의 전략 착오를 복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과거 ‘텃밭’으로 여겨졌던 플로리다주에서 민주당은 남미 이민자들로부터 외면받으며 2016년에 이어 또다시 패배했다. 히스패닉 유권자에 대한 전략 부재가 약점으로 지적됐던 바이든의 문제가 결국 승부를 어렵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20-11-06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