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은 ‘빅브러더 공화국’… 런던도 세계적 감시도시

中은 ‘빅브러더 공화국’… 런던도 세계적 감시도시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0-07-27 18:08
수정 2020-07-2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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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보유량 상위 20곳 중 18곳 中
베이징 115만대 ‘최다’… 런던, 세 번째
설치 목적인 범죄 예방 효과는 ‘의문’
극단주의 단속 명분 위구르족 감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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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충칭시의 경찰관 치우루이는 최근 지역 공원의 폐쇄회로(CC)TV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공원에서 산책 중인 남성이 2002년 살인 사건의 용의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었다. 충칭시 정부는 주민들의 얼굴을 실시간 분석해 경찰 데이터베이스 내 용의자 정보와 60% 이상 일치하면 곧바로 통보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3일 뒤 경찰에 붙잡힌 이 남성은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충칭의 사례는 ‘범죄 예방’이라는 명목하에 정부가 개인의 사생활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는 ‘빅브러더 사회’가 도래했음을 보여 준다. 전 세계에서 감시가 가장 심한 20개 도시 가운데 18곳이 중국에 있었다. 다른 나라들도 이에 질세라 CCTV에 인공지능(AI) 얼굴인식 기술을 적용해 ‘감시도시’를 만들기는 매한가지였다.

2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영국에 본사를 둔 정보기술(IT) 조사업체 컴패리테크가 세계 주요 도시의 공공 감시카메라 현황을 발표했다. 인구가 많은 전 세계 도시 150곳을 대상으로 정부 보고서와 뉴스 기사 등을 분석해 공공기관이 설치한 감시카메라 대수를 집계했다. CCTV가 가장 많은 곳은 중국의 베이징으로 115만대가 설치됐다. 상하이(100만대)와 영국 런던(62만대), 중국 산시성 타이위안(46만 5000대) 등이 뒤를 이었다.

인구 대비 감시카메라 대수로는 타이위안이 1위였다. 이 도시의 인구는 390만명인데, 감시카메라는 46만 5255대로 인구 1000명당 119.57대가 설치됐다. 이어 중국 우시가 92.14대로 2위, 런던이 67.47대로 3위였다. 상위 20개 도시 가운데 중국 외 도시는 런던과 인도 하이데라바드뿐이었다.

중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범죄 예방을 위해 카메라를 설치한다고 밝혔지만, 감시카메라 수와 범죄율 간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고 컴패리테크는 지적했다. 인구 대비 감시카메라 수 1~2위인 타이위안과 우시는 범죄지수가 51.47과 7.84로 차이가 컸다. 3위 런던은 범죄지수가 52.56이지만, 8위 칭다오는 7.42로 들쑥날쑥했다. 감시카메라 설치 비율과는 큰 관계없이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중국은 서부 신장 지역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단속을 명분 삼아 얼굴인식 카메라를 약 45m마다 한 대씩 설치했다. 카메라는 위구르족을 찍은 영상을 중앙 지휘소로 보내고, 지휘소에서는 얼굴과 일상을 분석한다. 국제 인권 감시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중국 수석연구원 마야왕은 “중국 공안이 가장 훌륭하고 혁신적이라고 주장하는 감시체계는 의미 있는 사생활 보호 대책 없이 개발됐다”며 “자국민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규모 감시는 현대사에서 유례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런던은 중국 도시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CCTV 밀도가 가장 높다. 싱가포르나 미국 시카고, 러시아 모스크바도 가로등에 얼굴인식 카메라를 부착한 스마트 가로등 설치를 서두르고 있다. 미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정부기관의 얼굴인식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극히 소수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20-07-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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