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 곳곳서 여권신장 행진
멕시코 하루 10명꼴 ‘여성살해’ 규탄집회학생·직장인 10만명 ‘여성 파업’ 참여도
파키스탄 시위참여 여성들 무차별 폭행
8일(현지시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멕시코 여성들이 과달라하라에서 젠더 폭력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과달라하라(멕시코) EPA 연합뉴스
과달라하라(멕시코) EPA 연합뉴스
이날 멕시코시티에서는 여성의 날을 상징하는 자주색 옷을 입은 여성 수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대통령궁을 향하면서 “오늘 싸우면, 내일은 죽지 않는다”는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멕시코 원주민 여성과 농부들도 참여하는 등 전역에서 일어난 시위는 과격성을 띠기도 했다. 특히 과달라하라에서는 시위대가 여성이 흘린 피를 상징하고자 공공 분수대의 물을 붉은색으로 물들이기도 했다. 멕시코시티의 소칼로 광장에서는 ‘여성 살해’ 희생자의 이름이 바닥에 새겨졌다. 지난해 멕시코에서 3만 4588명이 희생됐고, 여권론자들은 이들 가운데 하루 평균 10명이 여성 살해로 희생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올 2월 말까지 여성 살해는 360건이 보고됐다. 이 가운데 7살짜리 여아를 유괴해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가해자는 거의 처벌받지 않는다. 시위 참가자 펄라 아세베도는 “변화는 하룻밤에 오지 않겠지만 사람들이 식탁에서, 학교에서 끊임없이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인 멕시코 여성들은 이틀째인 9일 일터, 상점, 거리에도 나오지 않는 ‘여성 파업’을 진행했다. 이에 맞춰 연방 및 주 정부와 대학은 여성 직원과 학생들에게 유급 휴가를 주기도 했다. 월마트도 여성 직원 10만여명에게 ‘일일 파업’을 허용하는 등 많은 대기업도 여성 파업을 지지했다. 이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 이후 가장 강력한 여성권 행동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8일(현지시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니캅을 쓴 여성들이 팻말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
이슬라마바드(파키스탄) EPA 연합뉴스
이슬라마바드(파키스탄) EPA 연합뉴스
최대 시위는 칠레에서 발생했다. 수도 산티아고에서 여성 12만 5000명(경찰 추산)이 참가하는 등 전국 3만 5000곳에서 젠더 폭력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2020-03-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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