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연이, 안고 싶은데…” 3년 전 세상 떠난 딸 VR로 만났다 [너를 만났다]

“나연이, 안고 싶은데…” 3년 전 세상 떠난 딸 VR로 만났다 [너를 만났다]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0-02-07 15:31
수정 2020-02-0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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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보고 싶었어” 가상현실서 세상 떠난 딸과 재회한 엄마

‘너를 만났다’ 나연이 엄마와 딸 [방송 캡처]
‘너를 만났다’ 나연이 엄마와 딸 [방송 캡처]
3년 전 세상을 떠난 딸과 엄마가 가상현실에서 만났다. 안고 싶고, 만지고 싶고, 손이라도 잡고 싶은데, 아이가 코앞에 있는데도 그럴 수 없다는 현실에 안타까움만 커졌다.

6일 방송된 MBC 특집 가상현실(VR) 휴먼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는 3년 전 혈액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딸 나연이를 엄마 장지성씨가 가상현실에서 만나는 국내 초유의 프로젝트를 보여줬다.

제작진에 따르면 네 아이의 엄마였던 지성 씨는 3년 전 가을, 셋째 딸 나연 양(당시 7세)을 떠나보냈다. 목이 붓고 열이 나기에 그저 감기인 줄 알았던 병은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이라는 희귀 난치병이었다. 나연 양이 눈을 감은 건 발병한 지 한 달 만이었다.

장 씨의 바람은 하루만이라도 다시 만나 나연 양이 좋아하던 미역국을 끓여준 뒤 “사랑한다”고, “한 번도 잊은 적 없다”고 말해주는 것이었다. 나연이를 보고 싶은 가족의 간절한 바람을 담아 가상현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장씨와 나연이의 만남을 위해 국내 최고의 VR기술진이 협력했다. 제작진은 나연이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분석해 몸짓, 목소리, 말투를 분석해 모션 캡션 기술을 활용해 생동감있게 구현했다.
‘너를 만났다’ 나연이 엄마와 딸 [방송 캡처]
‘너를 만났다’ 나연이 엄마와 딸 [방송 캡처]
가상현실에서 나연 양을 만난 장 씨는 “보고 싶었다”고 말하며 나연 양을 만지려 애썼다. 현장에서 장 씨의 몸짓을 바라보던 이들은 함께 눈물을 흘렸다. 나연 양은 “엄마, 나 예뻐? 나 예쁘지?”라고 말하며 장 씨를 바라봤다.

장 씨는 나연 양에게 생일 파티를 열어줬다. 나연 양은 “소원 빌어야지. 우리 아빠, 담배 안 피우게 해주세요. 오빠랑 언니 싸우지 말고, 소정(동생)이 아프지 말고, 그리고 우리 엄마, 울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엄마가 끓여 준 미역국이 제일 맛있어”라고 덧붙였다.

촬영 소감을 적은 장 씨의 개인 블로그도 화제가 됐다. 장 씨는 “큰 화면으로 나오는 우리 나연이 영상을 보니 그것만으로도 좋다”며 “웃으면서 나를 불러 주는 나연이를 만나 아주 잠시였지만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나의 사랑스러운 세 아이들의 웃음이 우리 나연이의 빈자리를 많이 채워주고 있다. 그래서 이제 슬프지 만은 않다”고 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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