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성폭행 뒤 목 졸라 살해…손·발 묶고 속옷·양말로 입 틀어막아
시신 주요부위 잔인 훼손 뒤 농수로·야산 버려피해 여성 속옷에 용의자 정액 흔적 남기기도
화성 5차 사건 현장 살펴보는 경찰
지난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드러났다. 사진은 1987년 1월 5차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경찰이 살펴보는 모습. 2019.9.18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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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용의자의 DNA가 검출됐다고 확인한 3건의 살인 사건이 범행 수법과 발생 장소 등에서 매우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A(56)씨의 DNA가 총 10차례 살인사건 가운데 5차·7차·9차 사건 증거물에서 나온 DNA와 일치한다.
이 가운데 9차 사건에서는 피해 여성의 속옷에서 A씨의 DNA가 검출됐다.
이들 사건은 범행을 저지른 뒤 피해자의 속옷을 사용해 손과 발을 결박한 점, 농로나 야산에서 시신이 발견된 점 등 범행 수법과 시신 유기 장소 등에서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 화성 일대에서 10명의 여성이 살해돼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우리나라 범죄 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18일 특정됐다. 사진은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전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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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1월 10일 오후 8시 50분 경기도 화성 태안읍 황계리 논바닥에서 홍모(18)양이 살해된 채 발견됐다. 홍양은 블라우스로 손이 묶이고 양말로 재갈이 물린 상태였다. 홍양은 누군가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뒤 스카프로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7차 사건도 수법은 흡사했다. 1988년 9월 7일 오후 9시 30분 화성 팔탄면 가재리 농수로에서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안모(52)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안씨 역시 블라우스로 양손이 결박됐고, 양말과 손수건으로 재갈이 물린 상태였다. 더욱 참혹한 것은 가해자가 안씨의 신체 특정부위를 끔찍하게 훼손한 점이었다.
9차 사건은 1990년 11월 15일 오후 6시 30분 화성 태안읍 병점5리 야산에서 여중생 김모(13)양이 성폭행을 당한 뒤 목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김양도 스타킹으로 결박되고, 신체의 주요부위에 대한 훼손 피해를 봐 앞선 사건과 매우 비슷했다. 범행 도구는 볼펜, 수저, 포크, 면도칼 등 다양했다.
김양은 총 10차례의 사건 가운데 최연소 희생자였다. 이씨의 잔혹한 범행 수법은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세 사건 모두 용의자는 정액 흔적을 남겼고 9차에서는 정액을 통해 혈액형이 밝혀지기도 했다.
연인원 205만명의 경찰 투입, 2만 1280명의 용의자 및 참고인 조사, 4만 116명의 지문 대조, 570명의 유전자(DNA) 분석, 180명의 모발 감정 등 역대 최대 경찰력이 동원된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확인됐다고 경찰이 18일 밝혔다. 사진은 연쇄살인 4차사건 당시 키 165-170cm 호리호리한 몸매의 20대 중반 몽타주를 2006년 당시 기준으로 나이 변화를 추정해 만든 7차 몽타주. 2006.4.2 서울신문 DB
끈 등을 이용한 교살이 7건, 손 등 신체 부위로 목을 눌러 살해하는 액살이 2건이었다. 이 가운데 특정신체 훼손도 4건이나 됐다. 발생 장소는 모두 야산이나 논이라는 공통점을 보였다.
다만 용의자는 주도면밀하지 못해 당시 자신이 피웠던 담배 꽁초를 현장에 두고 가거나 6가닥의 머리카락 등 상당한 증거를 남겼다. 하지만 과학수사가 미진했던 당시 현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빗물에 씻겨 사라지거나 훼손되는 허점을 보이며 증거 확보 난항에 따른 범인 색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봉준호 감독의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한 장면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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