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지치고 가난한 사람들을 나에게 보내다오’... 이민정책과 안맞아
‘너의 지치고 가난한, 자유롭게 숨 쉬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을 나에게 보내다오.’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 기단부(받침대)에 새겨진 시 ‘새로운 거상’(The New Colossus)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들어 잇달아 수난을 당하고 있다. 이민자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 된 여신상과 유대인 이민자 후손이 쓴 시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뒤 그의 반이민 정책을 지지하는 관리들의 공격에 직면해 왔다.
(FILES) In
(FILES) In this file photo taken on May 18, 2019 the full moon rises behind the Statue of Liberty in New York City. - Acting US immigration chief Ken Cuccinelli came under fire August 13, 2019, for twisting the words of a famed poem that appears on a plaque at the Statue of Liberty. “Give me your tired and your poor who can stand on their own two feet and who will not become a public charge,” Cuccinelli said on National Public Radio when asked if Emma Lazarus‘ “The New Colossus” is “part of the American ethos.” (Photo by Johannes EISELE / AFP)/2019-08-14 09:58:27/ <연합뉴스
Ken Cuccinelli
Acting Director of United States Citizenship and Immigration Services Ken Cuccinelli, speaks during a briefing at the White House, Monday, Aug. 12, 2019, in Washington. (AP Photo/Evan Vucci)/2019-08-14 10:14:39/ <연합뉴스
그의 발언은 13일 CNN 인터뷰에서 상징적인 시를 고쳐 썼다는 비판을 받았고, 그는 “난 시를 쓴 게 아니라 질문에 답했을 뿐”이라면서 “오늘 하루종일 좌파들이 했던 것처럼 상황을 왜곡하지 말라”고 대답했다. 이어 “시는 미국 연방법에 처음 생활보호 관련 규정이 생긴 지 1년 뒤에 쓰여졌다”면서 “계급사회였던 유럽 출신 이민자들을 위해 쓰여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새로운 거상’이 새겨진 동판
플리커
프랑스가 미국 독립 100주년을 맞아 선물한 자유의 여신상이 1886년 처음 공개됐을 때 이 시가 없었던 것은 맞다. 미국에서 기단부를 제작할 비용을 마련하며 시인 엠마 라자루스에게 경매에 부칠 시를 써 달라 부탁했고, 라자루스는 1883년 몰려드는 이민자들을 보고 영감을 얻어 시를 썼다.
하지만 그는 4년 뒤 세상을 떠났고, 시는 여신상이 공개된 뒤 그의 친구가 발견해 1903년 기단부 동판에 새겨질 때까지 17년이 걸렸다. 뉴욕항에 자리잡은 여신상은 엘리스섬 출입국 검문소로 입항하는 배에 탄 이민자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미국 것’으로, 이민자들을 맞아주는 상징물이 됐다는 게 역사가들의 중론이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