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문 대통령의 김원봉 헌사, 귀를 의심”…김원봉 누구길래

한국당 “문 대통령의 김원봉 헌사, 귀를 의심”…김원봉 누구길래

김유민 기자 기자
입력 2019-06-06 16:00
수정 2019-06-0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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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봉
김원봉
자유한국당이 6일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원 추념사에 발끈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현충월원을 ‘살아있는 애국의 현장’이라고 지칭하며 “여기 묻힌 한 분 한 분은 그 자체로 역사이며 애국이란 계급이나 직업, 이념을 초월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사람이나 생각을 보수와 진보로 나누며 대립하던 이념의 시대가 있었다”며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든 진보라고 생각하든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의 선 안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항일 무장투쟁을 위해 임시정부가 좌우합작으로 창설한 광복군을 소개하고,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끈 조선의용대가 편입되면서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귀를 의심” “반국가적 망언” 현·전 의원들 비판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이런 광복군의 독립운동 활약상을 설명한 뒤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창설의 뿌리가 됐다’고 덧붙인 것을 문제삼았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귀를 의심하게 하는 추념사”라면서 “6·25 전쟁에서 세운 공훈으로 북한의 훈장까지 받고 북의 노동상까지 지낸 김원봉이 졸지에 국군 창설의 뿌리, 한미동맹 토대의 위치에 함께 오르게 됐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이 정부에서 김원봉에게 서훈을 안기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은 보훈처를 넘어 방송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면서 “여기에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가 종지부를 찍었다”고 말했다.

그는 “6·25 전사자들을 뒤에 모셔두고, 눈물로 세월을 견딘 가족들을 앞에 두고, 북의 전쟁 공로자에 헌사를 보낸 대통령이 최소한의 상식의 선 안에 있는지 묻고 싶다”며 “청와대와 집권세력이야말로 가장 극단에 치우친 세력이라 평가할 만하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제64회 현충일 추념사를 하고 있다. 2019.6.6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제64회 현충일 추념사를 하고 있다. 2019.6.6 연합뉴스
이만희 원내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북한에서 훈장까지 받았다는 김원봉을 콕 집어 언급한 데 대해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통령의 언급이 김원봉 등 대한민국에 맞선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까지 서훈하기 위한 이 정권의 분위기 조성용 발언은 아니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차명진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 “김원봉이 누구인가. 김일성 정권 권력 서열 3위,6·25 남침 최선봉에 선 그 놈”이라며 “이보다 반(反)국가적, 반(反)헌법적 망언이 어디 있는가. 그것도 현충일 추모사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썼다.

“내가 더이상 이 나라에서 살아야 하나”라며 “한국당은 뭐하나. 이게 탄핵 대상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일제가 가장 두려워한 독립투사…이념 떠난 평가 필요

김원봉 선생에 대한 정치적·역사적 판단이 엇갈리는 부분은 있다.

영화 ‘암살’, ‘밀정’ 등에서 항일단체 단장으로 그려졌던 그는 1919년 의열단을 꾸려 조선총독·일본군·친일파 등을 암살하고, 조선총독부와 동양척식주식회사 등 주요 기관에 폭탄을 투척하는 등 무장 항일투쟁의 선봉에 섰다. 일제는 김원봉 선생을 두고 “재외 반일 조선인의 거두”라고 표현하며 두려워했다.
영화 ‘암살’ 속 한 장면. 배우 조승우가 약산 김원봉 선생을 연기했다.
영화 ‘암살’ 속 한 장면. 배우 조승우가 약산 김원봉 선생을 연기했다.
하지만 이런 업적에도 아직 그가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지 못한 데는 해방 뒤 월북한 행적 탓이 크다.

1947년 김원봉은 극우주의자들에게 살해 위협을 받자 남조선노동당 지도자 박헌영(1900~1955)과 함께 북한으로 갔다.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해 국가검열상(검찰총장)에 임명됐고 노동상(노동부 장관)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지냈다. 북한에서 최고위직으로 활동하다가 1958년 숙청됐다.

한국당은 김원봉 선생이 “6·25 남침의 공으로 북한에서 훈장까지 받았다”면서 그를 기리는 데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역사학자들은 김원봉 선생이 월북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당시 친일파들이 기득권을 잡으면서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테러를 당하고 목숨을 잃었던 상황이 있었다고 전한다.

역사학계에서는 남북을 가른 이념이 아닌, 1945년 해방 전 행적을 기준으로 역사적 인물을 평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과 관련해 “좌우합작을 이룬 임시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좌우 이념의 갈등을 극복하고 애국에 뜻을 모으자는 취지”라면서 “애국을 위해 낡은 이념에 갇혀서는 안된다는 의미인데 거꾸로 이를 문제삼아 다시 이념 공세에 나서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말은 역사적 사실이며 광복군에 대한 정당한 평가”라며 “약산 김원봉의 월북 이후 행적을 끌어들여 광복군 운동 자체를 색깔론으로 덧칠하는 일이야말로 역사 왜곡”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고의 독립투사조차 포용하지 못했던 뼈아픈 배척의 역사를 이제 뛰어넘을 때가 됐다”고 덧붙였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 역시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이 ‘통합’을 강조한 데에 공감한다면서 “배는 좌현과 우현의 노가 서로 힘의 균형을 이룰 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우현이 손을 놓고 있어 대한민국호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을 뿐”이라며 “경제가 어렵다며 전국을 돌며 정부를 흔들고 있는 한국당은 본인들이 그 주범임을 깨우치고 이제라도 통합 대한민국으로 함께 전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학계 “독립운동 서훈, 이념 아닌 1945년 광복 기준으로 평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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