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DNA 조사 결과 이 거석들을 세운 이들은 BC 4000년쯤 아나톨리아(지금의 터키)로부터 지중해를 건너 영국에 이른 농민들의 후손으로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톰 부스 박사와 마크 토머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는 과학잡지 ‘자연 생태계와 진화’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영국에서 발견된 신석기 시대 유해에서 나온 DNA와 같은 시대 유럽인들의 것을 대조한 결과 처음에는 이베리아 반도로 향하다 나중에 영국으로 방향을 꺾어 북상한 아나톨리아인들의 유전자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BBC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사실 영국에는 그보다 무려 3000년 전에 떼를 지어 동물을 쫓아 사냥하고 야생 식물을 채집하고 낚시를 하는 소규모 사냥 무리 집단들이 이주해왔다. 그 뒤 전 유럽에 농업을 전파하며 서진(西進)한 아나톨리아인들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다뉴브 강까지 진출해 중부 유럽에 정착한 그룹이 있었고, 지중해를 바로 건너가거나 해안을 빙 돌아 걸어오거나 섬들과 섬들을 계속 건너 뛰며 이베리아(지금의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정착한 그룹이다.
그런데 연구진은 이베리아 농민 DNA와 초기 영국 신석기 농민 DNA 사이에 일치하는 점이 많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베리아와 주변에 흩어져 있던 농민들이 프랑스로 북상한 뒤 웨일스 등 남서쪽으로 해서 영국에 들어갔다. 이들은 농업 기술 외에 스톤헨지처럼 거석을 세우는 기념물 전통도 전수했다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여러 사냥 무리 집단도 영국에 들어왔는데 두 그룹은 전혀 섞이지 않다가 스코틀랜드 서부의 한 그룹을 제외하고는 모두 농민 그룹으로 완벽하게 대체됐다. 아마도 농민 그룹의 숫자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스 박사는 “신석기 농민들의 조상이 훨씬 전에 영국에 들어와 서부에 정착한 사냥 무리 집단이란 증거를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며 “그렇다고 그들이 전혀 섞이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지만 다만 그들의 인구 규모가 너무 작아 어떤 종류의 유전적 리거시의 증거도 남기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토머스 교수는 “게임 수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들 신석기 농민들은 유럽 전역을 누비며 여러 기후 여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적응력이 높았고 영국에 이르렀을 때 이미 “도구를 다뤄 (tooled up)” 유럽 북서쪽의 작물 재배에 잘 적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연구진에 따르면 신석기 시대가 끝나가던 BC 2450년 초기 농민들의 후손들 역시 유럽 본토에서 이주해온 이른바 벨 비커(종 모양 토기·Bell Beaker)로 불리는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면서 거의 완벽하게 대체된다. 따라서 영국 신석기 농민들은 몇 천년 동안 두 차례나 극단적인 유전자 변형이 이뤄진다.
토머스 교수는 영국이나 전 유럽이나 신석기 인구가 여러 차례 줄어든 끝에 두 번째 유전자 변형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종족끼리 싸움 때문이라고 단선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위험하며 풍토에 적응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차이 같은 경제 요소들이 더 궁극적인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스 박사는 “두 가지 유전적 변형 사이에 어떤 공통점을 지녔는지 알아내긴 어렵다. 왜냐하면 둘이 완전 다른 종류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일정 정도로 인구 붕괴가 있었다고 의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인구 붕괴를 불러온 이유는 다르다. 그래서 우연의 일치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결론을 얘기하면 지금 영국인들은 신석기 농민과 유전적 형질을 그렇게 많이 공유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허망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중석기 시대 사냥 무리 ’세다르 남자(Cheddar Man·위)’와 신석기 시대 농민 ‘화이트호크 여자(Whitehawk Woman)’의 얼굴을 비교해보자. 서기전 7100년과 4600년 살았던 인물을 추정한 것인데 피부빛과 눈동자 등이 많이 다르다. 위는 검은 피부에 파란 눈동자를 갖고 있었던 반면 아래는 피부가 더 창백한 편이고 갈색 눈동자, 검거나 짙은 갈색 머리칼을 지니고 있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서기전 3100년 스톤헨지를 세운 이들은 아래 여자의 후손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왕립 파빌리온 뮤지엄 제공·BBC 채널4 자료사진
영국 왕립 파빌리온 뮤지엄 제공·BBC 채널4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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