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트로, ‘구의역 사고’ 김군 사고 지점 작업 이유 뒤늦게 파악해

서울메트로, ‘구의역 사고’ 김군 사고 지점 작업 이유 뒤늦게 파악해

임효진 기자
입력 2016-06-07 09:49
수정 2016-06-0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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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승강장 뒤덮은 추모 포스트잇.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구의역 승강장 뒤덮은 추모 포스트잇.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6일 스크린도어 수리 중 숨진 김모씨를 추모하는 500여개의 포스트잇(접착식 메모지)이 붙어 있는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번 승강장에서 여성 승객이 지하철에 오르고 있다.
서울메트로가 구의역에서 사고로 숨진 김모(19)씨가 왜 사고 지점에서 작업을 했는지 그 이유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가 이를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서울메트로가 역의 스크린도어 이상 유무를 체계적으로 확인하는 시스템 없이 정비용역회사에만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메트로와 경찰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김씨가 사고를 당한 지난달 28일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날 오후 4시58분 서울메트로 소속 2350열차가 구의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열차가 긴급제동 되며 갑자기 멈춰 섰다.

당시 2350열차 기관사는 열차에는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스크린도어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판단했다.

기관사는 “구의역 5-1 승강장 스크린도어가 고장 난 것 같다. 로그 기록을 확인해 수리해야 할 것 같다”고 관제실에 신고했다.

관제실은 즉시 이를 역무자동화(AFC) 통제실에 알렸고, 통제실은 약 1분 뒤인 오후 4시59분 스크린도어 정비용역업체인 은성PSD에 고장 사실을 통보하고 수리를 지시했다.

은성PSD로부터 출동 지시를 받은 김씨는 구의역에 도착해 역무실에 들러 마스터키를 가지고 승강장으로 올라갔다.

서울메트로가 구의역 승강장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김씨는 오후 5시50분 승강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씨는 승강장으로 올라가자마자 5-3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신고가 들어온 5-1 승강장이 아닌 5-3 승강장으로 향한 데 대해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역무실에서 로그 기록을 본 김씨가 5-1 승강장이 아닌 5-3 승강장에서 실제 고장이 있었던 기록을 확인해 5-3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김씨는 이곳에서 스크린도어를 열고 도어 옆면에 달린 적외선 센서를 수건으로 닦아 이물질을 제거했다. 서울메트로는 이곳에서의 작업은 30초에서 1분 사이의 짧은 시간 안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오후 5시54분 9-4 승강장으로 이동했다. 김씨가 9-4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열어 수건으로 센서를 닦는 모습도 CCTV에 잡혔다고 서울메트로는 전했다.

김씨는 이곳에서 작업하던 오후 5시57분 역으로 들어오는 열차를 피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변을 당했다.

처음에 작업을 지시받은 적이 없는 9-4 승강장의 스크린도어 정비를 하다 안타깝게 변을 당한 셈이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처음엔 “김씨가 나름의 노하우로 현장에서 그 지점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고 정비에 나섰는지, 다른 경로로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정확한 경위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의문을 키웠다.

그러나 서울메트로 측은 “다시 파악한 결과 구의역 역무실 로그 기록에 5-3 지점 기록에 앞서 9-4 지점 오류에 관한 기록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김씨가 아마도 이 기록을 보고 5-3 지점을 수리한 뒤 9-4 지점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을 바꿨다.

서영진 서울시의원은 “서울메트로가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스크린도어에 이상이 생겨도 어느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정비 직원에게만 안전 문제를 맡길 것이 아니라 메트로가 직접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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