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나라 일본, 배고픈 아이들 점점 는다

부자나라 일본, 배고픈 아이들 점점 는다

입력 2014-09-22 00:00
수정 2014-09-22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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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푸어·모자가정 갈수록 늘어 2012년 기준 아동빈곤율 16.3%

일본 지바현에서 소학교(초등학교)에 다니는 A군은 늘 배가 고프다. 엄마는 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느라 방과 후에는 A군 혼자다. 집에 있는 인스턴트 라면을 먹어 보지만 흡족하지는 않다. 엄마가 돌아올 때쯤이면 A군은 잠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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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경제대국인 일본에서 가난한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달 15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2년 기준으로 일본의 아동빈곤율은 16.3%에 달해 사상 처음 전체 빈곤율(16.1%)을 웃돌았다. 1985년 10.9%에 불과했던 아동빈곤율이 27년 만에 무려 5.4% 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부모의 가난이다. 특히 한부모가정의 빈곤이 심각하다. 일본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가 2010년 조사한 생산가능연령(20~64세)의 가구 형태별 빈곤율을 보면 ‘싱글맘+미혼 자녀’ 가정의 빈곤율은 30.3%, ‘싱글파더+미혼 자녀’ 가정의 빈곤율은 28.4%였다. 빈곤율이 가장 낮은 ‘부부+미혼 자녀’ 가정(10.1%)에 비해 약 세 배나 높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봐도 심각성은 두드러진다. 일본은 생산가능연령 가구 가운데 한부모가정의 빈곤율이 58.7%로 OECD 국가 중 단연 1위다. 이에 대해 사회보장연구소 사회보장응용분석연구부의 아베 아야 부장은 “일본 사회에서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일을 해도 생활에 충분한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1980년대 버블 붕괴 이후 비정규직이 늘어난 일본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가난한 아이들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동 빈곤이 파생하는 다른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 연구소가 올해 오사카시의 공립 초등학교 5학년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빈곤층이 아닌 학생의 80%가 ‘꿈이 있다’고 답한 데 비해 빈곤층 학생은 72%에 그쳤다. 또 문부과학성이 오차노미즈대학과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일본 전국 학력테스트에서 부모의 수입과 학생들의 국어·수학 학력이 비례하는 경향을 보였다. 결국 어렸을 때의 가난이 성인이 돼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아베 부장은 “일본 빈곤 문제의 특징은 워킹푸어가 많고 모자가정 등 특정 가구의 빈곤율이 두드러진다는 점, 또 정책에 의한 빈곤 감소 효과가 적다는 점”이라고 지적하면서 “정부가 지난해 아동빈곤 대책 추진에 대한 법을 가결한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아동빈곤 대책을 각의에서 결정하는 등 아동빈곤 문제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2014-09-2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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