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잊혀 가는 사투리/손성진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잊혀 가는 사투리/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입력 2014-07-25 00:00
수정 2014-07-25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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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를 다시 읽고 있는데 사투리(방언)를 몰라 속도가 나지 않는다. 서울 출신 젊은 사원들이 경상도 출신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게 사실일 듯하다. 골프장에서 상사가 “저짜 저 방구를 전자가 쌔리삐라”라고 말한다면 못 알아 들을 게 뻔하다. “저기 저 바위를 겨누어 (공을) 쳐라”는 말이다. ‘니가 그카이 나도 안 그카나(네가 그렇게 하니까 나도 그러는 거지)’, ‘멍교(왜 그러시는데요)’ 같은 말에도 고개를 갸우뚱거릴 것이다. 높낮이가 있는 경상도 성조로 ‘가가 가가가?’라고 물어본다면? ‘그 사람이 가씨(賈氏)냐?’란 말이다.

교육과 미디어의 발달로 사투리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숭축하다’는 고약하다는 뜻이다. ‘불버하다(부러워하다)’, ‘기릅다(부족해서 아쉽다)’, ‘시부지기(슬그머니)’, ‘백지(괜히)’, ‘주리(거스름돈, 그렇게 할 여지)’, ‘호부(겨우)’, ‘짜다리(그다지)’, ‘엉성시럽다(지긋지긋하다)’, ‘짜치다(쪼들리다)’, ‘매매(단단히, 빈틈없이)’, ‘새근(철, 판단력)’, ‘상그랍다(다루기가 쉽지 않다)’, ‘보굴난다(성난다)’, ‘대라지다(시건방지다)’ 등도 이젠 그리워지는 부산·경남 사투리다.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2014-07-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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