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철이 배상 의향 밝히자 정부 차원에서 저지 나서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에서 신일철주금(구 일본제철) 등 일본 기업들에 대한 강제 징용 피해 배상 판결이 나올 경우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방향으로 검토에 착수했다. 강제 징용 배상 문제로 피소된 신일철주금이 최근 패소가 확정되면 배상에 응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자 정부 차원에서 기업의 배상 조치를 저지하고 나선 것이다.30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ICJ 재판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미 해결이 끝난 전후 보상의 전제를 뒤집는 판결의 부당함을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의의는 클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베 신조 총리 주변에서는 “일본 측에 하자가 없기 때문에 ICJ에 제소해야 한다”, “배상이 확정되면 제소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외무성도 양국 간 분쟁이 생길 경우 양국이 합의한 제3국의 위원을 포함한 분쟁 중재위원회를 발족시킨다는 한·일청구권협정 규정을 근거로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하겠다”(외무성 간부)는 입장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일철주금은 지난 6월 징용 피해자 4명에게 각각 1억원을 지급하라는 서울고법의 판결을 받고 대법원에 재상고한 상태다. 대법원에서 배상 판결이 확정되면 한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ICJ 제소로 시간을 벌어 압류 등의 재산 처분을 지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 밖에 부산고법이 최근 미쓰비시중공업에 피해자 1인당 8000만원을 유족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는 등 일제 전범 기업에 대한 피해 배상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2013-08-3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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