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 뿌리를 찾아서…

한국현대미술 뿌리를 찾아서…

입력 2010-09-03 00:00
수정 2010-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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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철의 ‘유월항쟁과 7, 8월 노동자대투쟁’ 작품 옆에 작자 미상의 조선시대 그림 ‘명부시왕오도전륜대왕도’가 걸려 있다. 민중미술의 대표작가 신학철의 그림은 기득권자들의 탐욕과 눈먼 권력 아래 신음하는 민중의 애환과 희망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명부시왕오도전륜대왕도’는 지옥의 재판을 형상화한 그림. 현세의 업보가 내세를 결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란히 걸린 두 그림을 보노라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시공을 초월해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춘추(春秋)’전은 한국현대작가 11명의 작품과 고미술 작품 12점을 짝지워 보여준다. 공자가 편찬한 노나라의 역사서 ‘춘추’에서 빌려온 제목에서 드러나듯 한국현대미술의 정체성과 독자성을 역사적 맥락에서 찾아보려는 시도다. 학고재갤러리 김지연 큐레이터는 “고미술을 통해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찾는 한편 박제된 고미술을 미술현장으로 불러내 현재성을 획득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고미술과 현대작가를 묶는 연결 고리는 작가의 작업 태도나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주제의식 등 형식과 내용 모두에 주목했다. 조각가 정현의 인물 조각은 몽인 정학교(1821~1914)의 ‘죽석도’와 형태상으로 놀랄 만큼 닮았는가 하면, 차고 이지러지는 달빛을 받으며 밤바다 위로 미끄러지듯이 흘러가는 배 모습을 담은 한계륜의 영상 작업에선 조선후기 황산 김유근(1785~1840)이 먼 산을 바라보며 배를 타는 강태공의 모습을 그린 ‘소림단학도’의 정서가 그대로 배어난다.

전통 산수화의 다시점과 전체 시점을 사용해 붉은색 산수화를 그리는 이세현의 그림은 겸재 정선의 ‘박연폭포’와 묶였고,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고려시대 ‘암굴수월관음보살도’는 이용백의 그림과 쌍을 이뤘다. 전시는 10월31일까지.(02)720-152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10-09-0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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