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장관들이 양복 대신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에서 국무회의를 진행…. 꿈이냐고? 아니, 진짜다.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처한 몰디브가 17일 바닷속에서 각료회의를 열었다. 전 세계에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기 위한 처절한 퍼포먼스였다.
몰디브 전역에 방송된 사상 초유의 잠수 회의는 그야말로 진풍경이었다. 이 회의를 제안한 모하메드 나시드 대통령이 먼저 산소마스크 등 잠수장비를 갖추고 기리푸시섬 앞바다에 뛰어들자 모하메드 와히드 부통령과 10여명의 장관이 줄줄이 뒤따랐다.
이들은 6m 해저에 마련된 테이블에 둘러앉아 각국에 온실가스 감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서명은 방수 펜으로 화이트보드에 썼다. 30분간의 수중회의를 마치고 나온 나시드 대통령은 “온난화는 몰디브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전체의 문제”라며 “수중에서 오간 말은 적었지만 결의안 통과 등 많은 성과를 냈다.”고 했다.
몰디브 내각은 이번 회의를 앞두고 두 달간 ‘특별훈련’을 받았으며 16일에는 예행연습까지 가졌다. 지난 2007년 유엔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앞으로 해수면이 18~59㎝ 더 올라가면 2100년에는 몰디브에 사람이 살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몰디브 군도 면적의 80% 이상은 해발 1m 이하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09-10-19 2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