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판결] 로또 소송은 법조종합선물세트?

[이달의 판결] 로또 소송은 법조종합선물세트?

오이석 기자
입력 2008-05-28 00:00
수정 2008-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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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소원, 민·형사, 행정 소송 등 7개 소송에 관련 변호사만 대법관 출신 등 140명. 소송규모는 4700억원대. 발행 1년 반만에 5조 4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로또 복권 소송이 기록한 수치다.

지난 20일 서울고법에서 1심 판결을 뒤집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로또 소송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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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로펌,140여명 변호사 이름 올려

서울고법은 복권 시스템 사업자인 코리아로터리서비스(KLS)가 정부를 대신해 로또복권을 관리해온 국민은행과 국가를 상대로 낸 약정수수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9%대의 계약 수수료율대로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을 깨고 “변경된 수수료율 4.9%를 기준으로 지급하라.”면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수수료율을 둘러싼 송사는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또복권 발매가 시작된 2002년 복권시스템의 설치와 운영 담당자로 선정된 KLS와 관리책임자인 국민은행 사이에 4700억원대의 수수료문제가 발생해 감사원 감사와 대검 중수부의 수사, 헌법소원, 민·형사·행정소송 등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10개 로펌과 140여명의 변호사가 사건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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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사건에서는 KLS측에 법무법인 태평양의 노영보·권순익 변호사와 세종의 임준호·이병주 변호사가 선임됐다. 국민은행과 정부측은 율촌의 윤용섭·이상민·윤홍근·김광순·장영기 변호사, 지평의 조병규·박영주 변호사, 우일아이비씨 최영익·김홍섭 변호사가 대리인으로 소송에 참여했다.5개 로펌의 변호사 14명이 창과 방패로 나선 셈이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로또 사건에 선임된 변호사들을 보니 수천억원대 수수료가 걸린 만큼 최고의 창과 방패를 선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선고 난 헌법소원 사건에서는 세종과 덕수가, 행정소송 사건에는 김앤장·세종·광장·화우·태평양·지평 등이 참여했다.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인 김앤장은 KLS가 복권위원회 등을 상대로 낸 로또복권 시스템 운용 수수료의 최고한도 고시 취소소송에 이임수 전 대법관 등 11명의 변호사를 내보냈다. 함께 선임된 세종도 대법관 출신의 서성 변호사 등 무려 15명의 변호사를 대리인 명단에 올렸다. 이에 질세라 피고측인 복권위원회 등도 광장과 화우를 선임했다. 광장은 박우동 전 대법관 등 7명의 변호사를, 화우는 강보현 대표변호사 등 10명의 변호사를 내세웠다. 한 사건에 무려 42명의 변호사가 달라붙은 셈이다.

민사사건은 세종, 화우, 태평양, 지평, 우일아이비씨가 KLS와 국민은행 측을 대리했다. 중수부 수사로 기소된 국민은행 복권사업팀장에 대한 형사사건에는 김앤장, 태평양, 목민, 화우, 율촌이 관련 피고인들 변론을 담당했다.

수임료 어마어마… 욕심 낼 만

로또 관련 소송으로 변호인들이 받을 수 있는 수임료는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로펌의 한 변호사는 “소송을 통해 실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확정되지 않고 진행 중인 사건들이기 때문에 수임료가 명확하지 않다.”고 구체적 언급을 회피했다. 다른 변호사는 “수임료 문제는 영업비밀이고 사안마다 달라 로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라면서도 “소송규모가 4000억원대라면 적어도 수십억에서 수백억원대 이상은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로또 사건은 법조종합선물세트라고 할 만큼 모든 종류의 소송을 다루는 사건인 데다 소송규모가 수천억원대여서 욕심을 낼 만한 사건”이라고 귀띔했다.

민사·형사사건 판결취지 서로 엇갈려

시스템 설치 운영자에 대한 수수료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계약사항에 대해 민사소송을 맡은 1·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은 수수료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계약서의 29조3항1호를 “매출규모가 증가해 조정이 필요할 경우 조정을 시도하고 성립되지 않을 경우 계약의 갑인 국민은행측이 수수료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했다. 로또의 공익성을 감안한 판결인 셈이다.

반면 1심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의 판단은 달랐다.“이 조항은 매출규모 급증에 따른 수수료의 과다지급으로 (국민은행측에)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 아니다.”며 원고인 KLS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특경가법상배임 혐의로 기소된 당시 국민은행 복권사업팀장 이모씨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부는 “매출규모에 따른 수수료 변동조항을 두지 않아 실제 매출이 급증할 경우 엄청난 금액을 수수료로 지급해 복권사업자인 국민은행에 손실을 입힐 위험을 초래했다.”면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인 고법 민사부 판결대로라면 대검 중수부가 적용한 배임혐의 인정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형사사건의 항소심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고법의 판단이 주목된다.KLS 측을 대리한 한 변호사는 “형사사건에서 유죄선고가 났고 민사도 1심은 같은 취지였는데 이를 뒤집은 고법 민사부 판단이 대법원에서 유지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2008-05-2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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