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수상한 이웃들’로 돌아온 양영철 감독
드라마 ‘모래시계’로 뜬 이정재를 내세운 코미디 영화 ‘박대박’(1997)은 개봉 당시 손익분기점에 한참 못 미쳤다. 이 영화로 ‘입봉’했던 신인감독도 한동안 현장에서 자취를 감췄다.![양영철 영화감독](https://img.seoul.co.kr/img/upload/2011/04/14/SSI_20110414174729.jpg)
![양영철 영화감독](https://img.seoul.co.kr//img/upload/2011/04/14/SSI_20110414174729.jpg)
양영철 영화감독
14년 만에 그의 영화가 극장에 걸린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수상한 이웃들’의 양영철(47) 감독 얘기다. 개봉을 하루 앞둔 13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양 감독은 “신인감독 때 이상으로 떨리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수상한 이웃들’은 2009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작으로 뽑혀 제작비 일부를 지원받아 울산시 울주군 봉계리에서 한 달간 후다닥 찍었다. 순제작비는 3억원 남짓. 비중이 엇비슷한 캐릭터만 6~7명에 이르지만 산만하지 않다. 박원상, 전미선, 정경호, 윤세아 등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맛깔스럽다. “작정하고 덤벼든 코미디라기보다 묘한 코미디 같다고 하더라.”는 그의 설명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물들의 관계가 ‘킥~킥~’ 웃음을 자아낸다.
주인공 종호(박원상)은 사법고시에 미련을 못 버린 지역지 ‘봉계신문’ 기자. 서울대 법대(82학번) 출신인 감독의 경험이 투영된 건 아닐까. 그는 “4학년 때부터 2년동안 사시를 봤는데 1~3학년 때 학업과 거리가 멀었던 터라 1차에서 모두 떨어졌다. 2차는 정말 자신 있었는데…”라며 슬며시 웃었다.
이어 “대학에 다닐 무렵 (전두환 정권 때라)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그것 때문이라기보다는 전공이 적성에 안 맞아 방황했다.”면서 “주로 극장에서 놀았던 게 대학원(동국대 연극영화과)을 선택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화법’ 자체가 그의 영화와 닮았다. 대 놓고 웃기려는 게 아닌데 반전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수상한 이웃들’은 2004년 부산영화제 때 상영했던 단편 ‘택시 드라이버’의 확장판이다. 양 감독은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자라든지, 개발연대 시절 집을 떠나 버린 아버지, 생계를 위해 일하는 가정주부 등 캐릭터들이 무거울 수도 있지만 코믹하게 풀어 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코미디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그게 내 성향인 것 같다. 남들이 보면 별것 아닌데 나한테만 힘든 일이 있다. 그걸 웃기는 상황이라고 해 버리면 어느 순간 편안해진다. 코미디의 극복하는 힘이 좋다.”
‘수상한 이웃들’은 전국 16개 상영관에서 14일 개봉했다. 스스로도 “나는 작가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한 만큼 이번 영화가 어떤 성적을 내느냐가 그의 이력을 바꿔 놓을 터.
양 감독은 “(판사와 변호사를 소재로 한) ‘박대박’에 아쉬움이 남아서인지 제대로 된 법정영화를 만들고 싶다.”면서 “작가나 감독이 법률 지식이 부족해 제대로 된 법정영화가 드물었지만 나는 전공도 했고, 현직 친구들도 많으니 강점이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11-04-15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