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삶이란 어른이 되어가는 여정”

[현장 톡톡] “삶이란 어른이 되어가는 여정”

입력 2010-10-29 00:00
수정 2010-10-29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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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크롤러’ 연출 日 애니 거장 오시이 마모루 감독 이메일 인터뷰

재패니메이션(재팬+애니메이션)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거장 가운데 한 명이 바로 오시이 마모루(59) 감독이다. 인간의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를 놀라운 상상력과 영상으로 옮긴 ‘공각기동대’(1995)가 그의 걸작.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뤼크 베송 감독이 ‘제5원소’를, 워쇼스키 형제 감독이 ‘매트릭스’를 만들었다. 2001년 만든 실사 영화 ‘아발론’은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았고, 2004년 발표한 ‘이노센스’는 재패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칸 경쟁 부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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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개봉한 ‘스카이 크롤러’는 그의 최신작. 일본에선 2008년 8월 스크린에 걸린 작품이다. 지난해 중반부터 국내에 개봉될 것이란 소문이 돌았으나 이제서야 만나게 됐다.

오시이 감독은 최근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산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짚어본 작품”이라고 ‘스카이 크롤러’를 설명했다. 가까운 미래가 배경이다. 인간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전쟁을 쇼처럼 만든다. 대기업 두 곳이 대리 전쟁을 치른다. 사춘기 소년·소녀의 모습으로 나이를 먹지도, 자연적으로는 죽지도 않는 존재 ‘키르도레’가 용병으로 참전한다. 이들에게 전투는 무덤덤한 일상일 뿐이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에 관해 의문을 갖는 경우가 생겨난다.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거부하고 단순하게 반복되는 삶 속에 안주하는 젊은 세대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다. 오시이 감독은 “어른이 되는 것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중요하다.”면서 “힘든 일이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모리 히로시 소설이 원작이다. 그의 작품을 고른 까닭을 놓고 오시이 감독은 “현대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주제로, 항공기 가운데 특히 전투기를 소재로 다뤄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극중 정비사 캐릭터를 여성으로 바꾸고 라스트 신을 변경한 것을 제외하곤 되도록 원작의 설정을 유지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2차 대전을 떠올리게 하는 고풍스러운 전투기들이 펼치는 공중전이 단연 압권이다. 특히 이 부분은 3차원(3D) 영상으로 처리돼 생동감을 더한다. 부분부분 들어가는 슬로 모션과 1인칭 시점 카메라 워크는 관객들에게 공중전 한가운데 있는 느낌을 전달한다. 오시이 감독은 “모두에게 큰일이었다. 슬로 모션 효과는 손으로 직접 그린 애니메이션으로는 얻어낼 수 없는 작업이었다.”고 돌이키며 이번 작품에서 ‘시간’을 연출하는 게 목표였다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전작들에 견줘 로맨스가 부각된 점에 대해 “스스로 그러한 감정을 가질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다.”고 답한 오시이 감독은 세계 유명 감독들에게 준 영감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누구에게나 동시대를 표현한다는 것은 민감한 이슈다. 나는 단지 과거의 표현에 흥미가 더 있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차기작도 진행 중이다. 오시이 감독은 “일본 영화계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올해 안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10-10-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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