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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狂風)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집 앞 소나무는 밑동이 뽑힌 채 생명의 끝을 기다리고 있고, 회사 근처 노래방 간판은 구멍이 숭숭 나 있는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하늘은 마치 아스피린을 한 알 먹고 개운해진 다음 날처럼 맑고 고요합니다. 그 전보다 훨씬 더 깨끗하고 밝아진 듯합니다. 언뜻 세상사도 이렇게 태풍 지나가듯 순간순간 지나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또 흐림, 비, 태풍, 맑음 어느 것 하나도 빠짐없이 내 인생에서 겪어야 할 내 몫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개인적인 소망이라면, 이번 추석은 모든 이웃들에게 치유의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태풍에 온몸으로 맞서며 힘들었을 나무들처럼 우리의 삶도 그동안 녹녹치 않았습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회사 앞 노점상의 숫자만큼 개개인의 상처와 고통도 많아지고, 그걸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나뭇잎 같은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어렸을 적 외로움은 잘 견디면 성장의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 들어 외로움은 괴로움입니다. 그렇다고 외로움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살자는 건 아닙니다. 어차피 외로움은인간이 짊어지고 가야 할 그림자 같은 것이 아닐까요. 문제는 ‘이 세상에 완전히 나 혼자밖에 없다, 그래서 살아갈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단정 짓는 것입니다. 이번 한가위엔 보름달처럼 구석구석 빈 곳 없이 상처들이 아물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상처를 치료하는 데는 대단한 돈이나 노력이 필요치 않습니다. 따스한 말 한마디, 따뜻한 밥 한 끼면 충분하지요. 물론 마음과 정성을 담아!
발행인 김성구(song@isamto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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