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이 알아야 할 군대 간 ‘남친’의 진짜 속마음

‘여친’이 알아야 할 군대 간 ‘남친’의 진짜 속마음

입력 2010-07-18 00:00
수정 2010-07-1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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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에서의 심리변화

여친과의 추억이 꿈만 같을 거다. 고된 훈련과 생소한 일과 속에서 예전 일들이 하나하나 소중하게 떠오를 것이다. 첫 키스는 누구였는지, 두 번째 키스는 왜 기억이 안 나는지, 여친님은 뭘 하고 계시기에 이렇게 편지가 늦는지, 위에서 전달해주는 녀석들이 뜯어 보는 건 아닌지…. 생각들이 뒤죽박죽 12연발 폭죽처럼 떠오르는 때다. 이 시기에 곰신들은 편지에 과거의 추억담을 많이 써주길 바란다. 사회에서의 일을 쫑알쫑알 쓰는 것보다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만들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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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병, 백일휴가가 첫 고비


남친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해보는 게 어떨까. 100일이면 일기를 쓰더라도 노트 한 권은 채웠을 테니, 입대할 때부터 쓴 일기를 복귀할 때 건네주는 것도 좋겠다. 백일휴가에 이별을 통보하는 남자가 있다면 대부분 ‘너도 곧 헤어져, 인마’ 같은 고참들의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여친이 나와 오래 교제할 상대로 마땅치 않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어떻게 하겠는가? 내가 추천하는 것은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거다. 복귀하게 내버려두라. 군대로 돌아간 그는 당신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일병 3개월의 저주

보통 ‘일말상초’를 말하지만 정말 무서운 것은 군 생활 9개월에 접어드는‘일병 3개월’이다. 이름하여, 아홉 수! 왜 그럴까?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에 대한 면역이 생기기 때문이다. 서로가 모르는 이야기들이 많아진다. 대화를 하며 공유해야 하겠지만, 그러기에 일병 3개월은 시간이 없다. 이등병들 교육도 해야 하고, 소대 청소나 정리도 해야 하고…. 가장 바쁠 때다. 이 외에도 남자는 여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을 수도 있고, 여자는 사회생활에서 만나는 남자에게 더 큰 매력을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희망을 가져라. 내 주변에 군대 갔던 남친을 현재의 남편으로 두고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상병, 여친보다 군대가 편해질 시기

이제 짬 좀 되고 고참 서열에 들게 되니 군 생활이 재미있어지는 때다. 그만큼 여친과 연락하는 횟수가 줄어들 수 있다. 계속 연락하더라도 이제 완전 군인이 되어버린 그의 이야기를 여친이 못 알아들을 확률이 높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안에서 꿈틀거리던 신경질 세포들과 갈굼 세포들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상병 남친을 둔 곰신이라면 조금씩 사회 이야기도 해가며 유익한 책들도 한두 권 보내주기 바란다. 단, 사회에 나와서 뭐 할 거냐고 부담을 주거나 벌써부터 사회에서의 계획을 자세하게 세우진 않았으면 한다.

병장, 모든 여자를 꼬일 수 있다는 자신감

솔직히 무서울 게 없다. 안타까운 것은 ‘전역만 하면 모든 여자를 꼬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여친의 꾸준한 내조에 무감각해지기도 한다. 군대에서 가장 빠른 소통 수단은 전화. 일과 중 남는 시간에 전화카드를 사서 전화를 한다. 여친이 아닌 전화번호부에 있는 다른 여자들에게. 물론 소수의 이야기다. 하지만 뭔가 시들해진 남친이 “넌 모르는 친구 있어. 중학교 동창. 얘도 전역한다고 해서 술 한잔 하려고” 따위의 이야기를 한다면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기다림은 ‘믿음’이 있어야 한다. 믿음이 없는 기다림은 그냥 ‘의리’일 뿐이다. 나는 온 마음을 다한, 그리고 진실된 그대의 사랑을 존경한다.

장윤성_ ‘무한’이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한 인터넷 작가입니다. 2009년 군 제대 후 ‘무한의 노멀로그(normalog.com)’를 열었으며, 육군 공식 블로그 ‘아미누리(armynuri.tistory.com)’에 ‘곰신 생활 매뉴얼’을 연재 중입니다. 책 <솔로부대탈출매뉴얼>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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